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이 30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놓고 청탁할 만큼의 현안이었는지 검찰과 신 회장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30일 오전 10시10분 신 회장의 첫번째 공판을 연다.

신 회장이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지 107일 만이다.

이번 재판에서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득이 그룹 차원에서 그리 큰 현안이 아니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공소 내용을 보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등 사업 연장 건’이 롯데그룹의 핵심 현안으로 규정돼 있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기존 매출이 적지 않았고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인 만큼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득이 호텔롯데 상장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사업권 취득 문제가 신 회장의 핵심 현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재단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 8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혔는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호텔롯데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졌다.

호텔롯데에서 면세점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 ‘호텔롯데 실적=면세점사업 실적’이었던 데다 월드타워점이 소공점에 이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가운데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 측 변호인은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데 절대적 필수요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호텔롯데가 지난해 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월드타워점의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이 중요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이 면세점의 가치평가를 제외하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에 뇌물을 주면서까지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또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독대하기 전에 이미 신규 면세점 특허를 늘리기로 결정됐고 신규 입찰만 진행된다면 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취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 회장이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세계 2위 면세점사업자인 만큼 사업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부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특허를 다시 따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추가로 K스포츠에 70억 원을 준 이유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70억 원이 면세점 관련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25일 열린 최순실씨 국정농단 항소심 9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부가 만든 공적 재단이기 때문에 출연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과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10여 차례 이상 받는 등 여러 압박을 받아왔다”며 “어쩔 수 없이 재단에 지원금을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K스포츠와 미르에 출연한 대부분 기업들이 정부의 압박에 돈을 건넸고 이에 대해 법원도 강압에 못 이겨 출연한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며 “롯데그룹이 건넨 70억 원을 놓고 유독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변호인 측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6일 열린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롯데그룹이 다른 기업들과 구별되는 점을 명확히 정리하라고 검찰 측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기업이 재단에 출연한 것은 뇌물에 해당되지 않아 기소를 안 한 것인지, 성격상 뇌물은 맞는데 가벌성 등 때문에 기소를 안 한 것인지 등을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기업 가운데 롯데그룹만 7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한 점은 롯데그룹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다.

이에 앞서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출연한 금액 70억 원이 거액이었고 추가 출연한 곳은 롯데그룹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항소심은 김앤장 소속의 백창훈 변호사가 맡는다. 1심에서 예상을 깨고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변호인단 교체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그대로 유지됐다. 1심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혜광 변호사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역임한 이광범 변호사의 LKB&파트너스도 2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무죄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