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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CEO 팀 쿡, 구글 CEO 래리 페이지,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왼쪽부터) |
100세 건강의 꿈을 품는 시대다. 헬스케어산업은 이 꿈을 먹고 성장한다.
사물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쉬워졌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의료비용이 점점 늘어나자 IT기업들은 신성장 동력으로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은 조만간 8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 점점 커지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모바일 헬스케어란 모바일기기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밴드의 센서가 우리 몸의 체중, 키 맥박 등을 체크해 데이터를 분석해 준다.
실리콘밸리 한 벤처투자자는 "스마트폰의 앱이 비싼 의료기기보다 건강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며 "의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의 80%는 스마트폰과 저렴한 센서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급확대와 의료비 절감을 위해 건강관리·예방 중심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의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은 2013년 18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 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에서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무선통신 업체, 지역 진료소와 함께 '무선 심장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심전도를 체크하는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통해 심장 정보가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송되고,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중국정부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규모를 2012년 18억6천만 위안(3225억 원)에서 2017년 말 125억3천만 위안(2조173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이 커지자 벌써 글로벌시장에서 모바일 헬스분야에 대한 투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컨설팅회사인 머콤캐피털그룹의 분석을 보면 2013년 3, 4분기에 151건, 7억37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39건, 1억9700만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앱과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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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은 지난해 헬스케어 플랫폼 애플 키트가 출시된 뒤 바로 구글 핏을 내놨다. |
◆ 애플 헬스키트 vs 구글핏
애플과 구글은 모두 모바일 헬스케어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플랫폼을 출시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8부터 헬스키트(HealthKit)라는 플랫폼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각종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앱을 사용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애플 헬스키트의 강점은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건강 데이터를 대형 병원으로까지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픽 시스템즈에 이어 쎄너, 아테나 헬스 등 대형 전자 건강기록(EHR) 기업들과 연동해 현재 미국의 대형병원 가운데 4분의 3 이상을 헬스키트 생태계와 연결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선보였다. 애플워치의 핵심기능은 헬스케어였다. 애플워치는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을 키우려는 애플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애플은 올해 애플워치를 보험상품과 연계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용에 블랙박스를 단 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 주듯이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운동을 한 사람에게 건강보험료를 인하하거나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와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연계전략은 사용자에게 실제적 효용과 동기부여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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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은 올해 3월 애플워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
애플이 헬스키트를 공개하자 같은달 구글이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Google fit)’을 공개했다.
구글핏은 스마트기기의 다양한 센서와 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구글핏은 애플의 헬스키트보다 더욱 개방적이라는 장점을 보유한다. 구글은 아디다스, 나이키 등 세계적 스포츠기업과 시스템 구축하고 있다.
헬스케어업계의 한 전문가는 "세계 정보기술기업 중에서 구글이 가장 앞서 있다"며 "결국 세계 검색시장을 구글이 지배하듯 미래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시장도 구글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지난해 “내년부터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과 사용을 통해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구글은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의 벤처투자 계열사인 구글벤처스의 헬스케어 분야 투자비중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로 확대됐다.
구글은 헬스케어 관련한 신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콘택트렌즈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 MC10과 몸에 붙이면 자동으로 맥박과 체온 을 측정하는 바이오센서인 바이오스탬프도 개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모바일 헬스케어 어디까지 왔나
삼성전자는 헬스케어시장 선점을 위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총 망라한 통합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사미(SAMI)'와 손목밴드 형태의 디바이스 심밴드(SimBand)를 공개했다.
사미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심밴드는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 각종 건강정보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각종 센서가 하나의 모듈로 통합돼 있다. 그래서 새로 개발되는 센서라도 기존 제품에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도 애플과 구글처럼 플랫폼을 내놓은 뒤 글로벌 파트너를 늘리며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여 개의 의료기기업체, 건강보험회사, 모바일헬스케어업체, 연구기관과 제휴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모바일 헬스기기 제조사 라이프빔이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플랫폼에 참여하기로 했다.
라이프빔은 각종 생체리듬을 측정하는 헬멧과 모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운동선수, 우주비행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의 착용형 헬스케어기기 플랫폼 '심밴드'와 결합하는 생체리듬 센서를 개발하려고 한다.
옴리 요페 라이프빔 CEO는 "삼성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킬 혁신기업"이라며 "라이프빔을 소비자시장으로 인도해줄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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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미디어솔루션센터 홍원표 사장이 디지털 헬스 플랫폼 'SAMI'를 공개했다. |
◆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은 아직도 진통단계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는 올해 3월까지 시범사업이 진행중인데 그 결과를 놓고 평가해 다시 개정안 논의에 반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일찍부터 개발했지만 규제에 막혀 국내 상용화에 실패했다.
반면 미국에서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고 원격으로 진단을 받는 얼라이브코 서비스는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ICT 융합 신제품의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와 인증절차 간소화 내용을 담은 'ICT 융합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한계가 있다. 근거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ICT 융합 신규기술 서비스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임시허가를 받는다.
그런데 다른 관계부처가 관리하고 있는 기술 서비스는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관리돼 제외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ICT 기반 융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기존의 칸막이형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이 의료기기로 간주돼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면 사업화 지연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선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