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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문재인에 기대 '합리적 지도자' 이미지 만들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8-05-27 14: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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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긴급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및 미국과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하자 자존심을 꺾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2533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정은</a>,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667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문재인</a>에 기대 '합리적 지도자' 이미지 만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은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고 합리적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증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브리핑에 따르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며 압박에 나서자 북한이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담화를 발표한 뒤 긴급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서 언급되는 비핵화 추진 방식을 문제삼아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앞세워 한미 공중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 고위급 회담 일정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담보로 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김 위원장이 전략을 바꾸기 위해 다급하게 문 대통령에 손을 내밀며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미국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의지를 보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입을 빌어 미국에 다시금 구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북미 정상회담이 기존 예정대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 대화 의지에 어느 정도 화답한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노력한 문 대통령에 감사의 뜻도 전했다. 미국과 원활한 대화에 중재자인 문 대통령의 역할도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커스 벨 영국 셔필드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는 기회도 됐다"는 시각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비핵화방안을 발전해 내놓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체제 보장과 정상국가를 향한 발전을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미국과 대화에 더 열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려 할 공산도 크다.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해 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다"며 "미국과 대화 의지를 매우 강력하게 내비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전격 성사된 이번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생중계하는 등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지한다며 이후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북한이 국제 사회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북미 정상회담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6월 8~9일 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런 행보가 일본이 소외되고 있다는 논란과 관련해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방식과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이 이를 북미 정상회담의 마지막 협상 카드로 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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