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스마트카 어떻게 개발하나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CES 2015’에 참석한다. 정 부회장의 CES 참석은 4년 만이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친환경차와 함께 스마트카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카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자동차의 중심이 기계에서 전자로 이동하고 있다.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리던 자동차산업에서 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동차의 제조원가에서 IT기기나 소프트웨어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5%에서 2015년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도 드러난다. 자동차와 IT의 융합이 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CES에 참가하는 자동차업체들도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5번째로 판매량 800만 대를 돌파했다. 이제 900만 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미래형 자동차인 스마트카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끌고가야 할 정의선 부회장의 과제이기도 하다.

◆ 정의선은 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에 참석할까


5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6일부터 열리는 CES 2015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정 부회장의 CES 참석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CES에서 자동차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CES 2015에서 자동차업체들의 전시면적은 지난해보다 17% 가량 늘었다. 참가 자동차업체도 10곳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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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
이번 CES에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과 마크 필즈 포드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를 포함한 5명의 기조연설자 가운데 2명이 자동차업체의 CEO다.

제체 회장과 필즈 회장은 자율주행차의 미래 등 IT분야가 접목된 신기술에 관해 연설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각종 IT 연계기술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부터 현대차와 기아차가 번갈아가면서 CES에 참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전시장 안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다. 제네시스 증강현실 UHD 쇼카와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전시하고 애플과 구글의 차량용 운영체제(OS)로 작동하는 스마트카도 선보인다.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차량에서 볼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원격 전자동 주차시스템, 보행자 경보시스템 등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도 내놓는다.

◆ 현대차, 스마트카 어디까지 왔나

자동차업체들은 이처럼 자동차와 IT기술을 접목한 ‘커넥티드카’를 선보이며 스마트카 분야를 입지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카는 아직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 현재 각 자동차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커넥티드카는 스마트카의 초기 모델이다. 스마트카의 최종 진화형 모델은 운전자가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로 각각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스템인 ‘블루링크’와 ‘유보’를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블루링크 스마트워치 앱도 공개한다. 블루링크를 스마트워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웨어러블 기기까지 연동영역을 확대했다. 즉 시계로 현대차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앱을 통해 스마트워치에서 원격시동, 차량찾기 등을 할 수 있다. 또 터치나 음성명령으로 자동차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전조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릴 수도 있다.

현대차는 2011년 CES에서 블루링크를 처음 공개했다. 차량에 3G 혹은 LTE 통신모듈을 넣어 언제든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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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블루링크 스마트워치 앱도 공개한다.
블루링크는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날씨 정보를 알려주거나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블루링크를 탑재한 자동차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차가 스스로 차량상태를 서비스센터에 알려주고 에어백이 터지는 큰 사고가 날 경우 병원에 정확한 사고위치까지 알려준다.

블루링크 선택율은 차종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올해 8월까지 평균 35%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평균 26%에서 10%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처음 선보인 1세대 블루링크가 블루링크센터에서 음성명령을 받아 관련 내용을 처리하고 이를 다시 자동차에 보내는 방식이었다면 2세대 블루링크는 자동차가 스스로 음성명령을 인식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박차

블루링크는 스마트카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현대기아차는 블루링크로 대변되는 커넥티드카를 넘어 점점 더 진보된 모습의 스마트카를 선보이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카의 궁극적 형태가 될 자율주행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미 초보적 단계의 자율주행기술은 상용화했다. 바로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앞에 차량이 없을 때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주행하다 앞에서 차량을 인식하면 앞차의 속도와 거리를 감지해 차량 스스로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따라서 운전미숙이나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초보운전자가 골목길에서 편하게 차를 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악천후 속에서도 운전자가 주변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사이드미러 대신 고성능 카메라를 달고 차량 내부에 있는 화면을 통해 운전자의 시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도 하나둘 개발되고 있다.

특히 비상 자율정차 시스템은 핵심 안전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차량 내부에 장착한 초음파센서로 운전자의 상태를 관찰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자동운전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차량을 갓길로 옮겨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특히 졸음운전 때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행자 안전에 관련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야간 보행자 감지 시스템을 통해 원적외선 카메라로 보행자를 인식한다. 그뒤 차량 내부에 설치된 화면으로 보행자를 본다. BMW와 아우디 등은 이미 이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개발중이거나 개발을 마친 신기술을 2016년부터 차량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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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의 아슬란에 자율주행기술이 들어갔다.

◆ 전자업계 인재 영입 속속


현대차그룹은 스마트카 기술개발을 위한 인재영입도 한창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반도체 등의 핵심업무를 맡았던 임원들을 속속 데려오고 있다.

자동차 IT기술에 관심이 많은 정 부회장이 이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 출신인 김재범 현대오트론 최고운영책임자(사장)와 황승호 현대차 차량IT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 등을 잇달아 영입했다.

황승호 현대차 부사장은 블루링크와 유보 등 텔레매틱스 관련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삼성종합기술원 전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 등을 지냈다.

김재범 현대오트론 사장은 부사장으로 영입됐지만 지난해 말 있었던 현대차그룹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재범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이다. 차량용 전장 부품과 반도체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2년에도 LG전자 출신의 곽우영 부사장을 영입하며 차량IT서비스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 수십 명이 일하던 조직을 200여 명 규모로 대폭 키웠다. 곽 부사장은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의 성공을 이끈 LG전자 출신으로 2012년 8월 현대차에 영입됐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카네스 등 현대차그룹 안의 차량 전자제어기술 관련 연구인력을 통합해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자동차용 전자제어 부품 반도체 설계를 강화하기도 했다.

◆ 스마트카 특허기술 확보에도 주력

현대기아차는 스마트카 관련 특허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특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매출 대비 가장 많은 특허소송에 시달렸다.

특히 최근까지 차량의 일반부품 영역에서 특허분쟁이 많았던 데서 벗어나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카와 관련된 전기나 전자장치 부품 영역으로 특허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스마트카 관련 특허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카 기술 관련 특허소송은 2010년 4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 18건까지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부터 특허분쟁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2012년 처음으로 본사 법무실 전문인력으로 특허분쟁, 특허발굴, 특허매매 등을 담당할 변리사 채용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특허관련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몇 년 안에 150명 이상의 특허전문 인력을 채용하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