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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는 대한항공 경영세습 논란에서 안녕할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12-17 18: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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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는 대한항공 경영세습 논란에서 안녕할까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으로 불붙은 한진그룹의 경영세습 논란에서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부사장은 비켜갈 수 있을까?

조 전 부사장 사건이 한진그룹의 경영세습과 족벌경영이 빚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진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조원태 부사장의 자질과 경영능력에 관심이 쏠린다.

조 부사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계자로서 입지가 더욱 굳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자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또 조 전 부사장 사건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에 위기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조양호 회장이 이번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 조현아 사건은 족벌·세습경영의 부정적 단면

17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이 보낸 당부의 글이 올라왔다.

지 사장은 ‘임직원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일터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에 대해 사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 사장은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지금은 남 탓을 하기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저력을 믿고 있다”며 “고객과 국민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지금의 어려움을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댓글에서 회사 임원들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오너 경영에서 찾지 않는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 직원은 “전 국민이 조현아의 잘못으로 대한항공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임원진들만은 대한항공의 잘못으로, 우리의 잘못으로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바뀌어야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대한항공이 아니라, 조씨 일가에 충성하는 당신들 임원들”이라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조 전 부사장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이 오너 딸의 인성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에서 나아가 대한항공 일가의 세습·족벌경영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치 왕조처럼 세습과 족벌경영으로 비난받은 한국 재벌의 상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조원태는 대한항공 경영세습 논란에서 안녕할까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난 8일 야후닷컴 메인페이지에 올라온 로이터의 조 전 부사장 관련 기사에 한국재벌의 족벌경영과 세습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올라왔다.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은 “(북한의)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이라고 논평해 재벌가의 세습경영 현실을 꼬집었다.

정치권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의원들은 재벌가의 ‘묻지마’ 세습 관행을 개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 “조현아 부사장의 행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근대적 족벌체제 기업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대한항공은 근본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번 사건은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이제 정치권이 재벌들의 기형적 지배구조에 따른 편법세습과 변칙상속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조원태, 후계자 자질 논란 피해갈 수 있나

조양호 회장 일가의 세습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조원태 부사장의 경영능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2005년 승용차를 운전하다 시비가 붙어 70대 노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입건된 전력이 있다. 당시 나이는 29세였으며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부 부팀장을 맡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당시 “조 부팀장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노인이 먼저 조 부팀장을 때렸다”고 조 부사장을 두둔했다.

조원태 부사장은 2012년 인천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피켓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야”라고 욕설을 퍼부어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조 부사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한진그룹의 정석인하학원의 이사 명단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들은 올해 4월부터 3개월 동안 한 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무늬만 이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4년 만에 대한항공의 임원이 됐다. 그마저도 2년 가량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 회사경영에서 떠나 있었다.

조 부사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여객사업본부장을 지냈다. 그뒤 2011년부터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사실상 대한항공 경영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조 부사장은 내년이면 만 40세가 된다. 그는 한진그룹 12개 계열사에 등기 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내부평가는 엇갈린다.

“여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젊었을 때 일이고 대한항공에서 임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등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고속승진을 한 재벌 2~3세의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양호의 결단은?

조양호 회장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의 '족벌경영' 체제가 계속되고 임원들의 충성경쟁이 사라지지 않은 한 조 회장의 이런 주문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원태는 대한항공 경영세습 논란에서 안녕할까  
▲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17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대한항공의 이름을 '한진항공' 등으로 바꾸고 태극 무늬 로고도 못 쓰게 해야 한다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청원에 이날까지 약 2천 명이 서명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태로 입은 기업 이미지 손실이 최대 370억 원 안팎의 유형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양호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한진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700%에 이르러 주요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해 2배 가량 높다. 대한항공은 크게 흑자를 내도 이자비용을 대느라 당기순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구안을 내놓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은 1999년 괌 사고 이후 위기 때 대한항공 사장에서 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외활동만 맡고 안전에 온힘을 쏟는 결단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도 경영세습과 족벌경영을 놓고 쏟아지는 질타를 수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한진그룹 계열사의 모든 직위에 물러나게 하는 조치만으로 국민적 공분을 달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기업 신용등급을 끌어올려 자금조달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번 사건이 경영은 물론 신용등급 책정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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