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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의 기가인터넷으로 속도전쟁 재점화

오대석 기자 ods@businesspost.co.kr 2014-12-16 21: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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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의 기가인터넷으로 속도전쟁 재점화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열어갈 ‘융합형 기가시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가 ‘기가인터넷’으로 인터넷 속도경쟁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속도경쟁은 8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기가인터넷은 현재 일반 가정에서 쓰고 있는 100Mbps 속도의 초고속 인터넷보다 최대 10배 가량 빠르다. 이용자들은 1.2GB 용량의 영화를 10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유선통신시장 1위인 KT는 기가인터넷 사업에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는 지난 10월 업계 최초로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했다. KT의 기가인터넷은 출시 1개월 만에 이용자 7만 명을 돌파했다.

기존 인터넷 월평균 가입자는 7천 명 안팎이었다. KT는 내년 기존 인터넷 수준의 전국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앞으로 5년 동안 기가인터넷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기가인터넷 서비스 지역의 모든 인터넷 가입자를 기가인터넷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앞으로 3년 동안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4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

SK텔레콤도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지난 10월 말 ‘B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내놓았다. 또 지난 10월20일 부산에서 열린 ‘월드IT쇼2014’에서 기가인터넷보다 10배 빠른 10기가 인터넷 기술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말 ‘유플러스 광기가’ 상품을 선보이며 기가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통신업체들은 현재 이동통신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고 각종 할인과 부가 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통신사들의 속도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이 단통법 등으로 시장변동이 줄어들었다면 유선통신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만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 통신사들은 왜 유선인터넷 속도경쟁에 나섰나

이동통신3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기가인터넷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시장구조에서 유선통신과 새로운 사업을 융합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

기가인터넷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마트에너지 통합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교통관제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융합하겠다는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초고속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을 융합해 성장 돌파구를 찾겠다”고 말했다.

KT를 추격하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는 기가인터넷이 유선시장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유선 인터넷시장 점유율은 KT가 42.4%, SK브로드밴드가 24.8%, LG유플러스가 15.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12년 1월 점유율과 차이가 거의 없다.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2006년 100Mbps 속도의 ‘광랜’이 보급된 이후 8년 만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유선 인터넷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이벤트가 거의 없었다”며 “업체들이 8년 만의 기가인터넷 출시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황창규, KT의 기가인터넷으로 속도전쟁 재점화  
▲ KT가 지난 10월 ‘올레 기가인터넷’ 서비스 출시하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 기가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은


통신사들은 대용량을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와 데이터 소비량이 변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가인터넷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사의 인터넷TV(IPTV) 누적 가입자는 10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5.2% 증가했다.

통신업체들이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과 묶어 가입하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결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 인터넷TV 가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동영상이 일반화질(SD)에서 고화질(HD), 초고화질(UHD)로 발전하면서 동영상 한 편 당 차지하는 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기가인터넷의 도입으로 더욱 선명한 화질의 서비스가 보편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TV는 통신업체의 성장동력”이라며 “인터넷TV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내년에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가인터넷 망을 확대하는 것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물인터넷은 온갖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통제하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을 상용화하기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전송해야 한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은 "기가인터넷은 사물인터넷의 기반이 된다"며 "기가인터넷을 시작했다는 것은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SK텔레콤 ICT기술원 상무는 “올해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는 28억 명 수준”이라며 “2020년에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 숫자가 약 500억 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가인터넷은 기업과 개인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 상의 데이터 서버에 프로그램 등을 두고 이를 그때그때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 불러와 사용하는 서비스다.

세계적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향후 5년 동안 3배 증가하고 이 가운데 클라우드 트래픽이 76%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가인터넷 과열 경쟁은 문제 없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모두 이동통신 요금제 등과 기가인터넷을 결합하면 인터넷 요금이 ‘무료’라는 점을 내세우며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황창규, KT의 기가인터넷으로 속도전쟁 재점화  
▲ LG유플러스의 광기가 인터넷
KT와 LG유플러스는 무선통신에 가입된 모바일 회선이 2개면 기가인터넷 요금을 전액 지원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휴대폰과 기가인터넷을 결합해 유사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업계에서 유선인터넷을 무선인터넷 홍보의 수단으로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무선상품과 유선을 주된 기반으로 한 인터넷TV 서비스를 결합해 유료방송시장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통신사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기가인터넷사업 전체의 수익성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 종량제 우려도

통신사들은 하루 기가인터넷의 사용량을 100GB로 제한하고 있다. 사용량이 이를 넘기면 속도가 10분의 1로 떨어져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같게 된다.

통신사들은 가정용 인터넷으로 서버를 운영하는 등 데이터를 편법으로 사용하는 극소수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하루 100GB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사용량 제한조치를 놓고 이들이 인터넷 종량제로 가려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 KT, LG유플러스 모두 기가인터넷 요금제의 변경과 종량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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