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뜻에 따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빠지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로 볼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들에게 권력의 무게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 회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 등의 요구에 맞춰 회장이 사추위에서 빠지는 방안을 금융지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6~7월 전에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금융권에 몰아치고 있는 은행권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등에 얽히지 않으면서 한발 떨어져있었지만 금융위의 개선안에 맞춰 지배구조를 손질하게 됐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에 금융지주 회장이 사추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는 회추위에 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직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을 때 의결권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정안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금융지주 7곳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 회장이 회추위와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도 회장의 회추위 및 사추위 참여가 명시되어 있다.
NH농협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4곳은 현직 회장을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모두 제외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작업까지 마쳤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이사회를 열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뜻에 따라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했다. 아직 규정까지 바꾸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명문화하는 작업도 마무리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월에도 이사회를 열어 지주 회장이 사추위에서 빠지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장이 사추위에서 빠지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 회사의 의견을 전달할 공식적 통로가 없어지는 데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셀프추천’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권력화돼 경영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만큼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경력과 업계에 따라 각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재일교포 사외이사’라는 특정세력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고심은 더욱 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일교포측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이사회가 ‘외풍’을 막는 긍정적 역할도 하고 있지만 권력의 무게가 더욱 쏠리면 그룹 내부인사와 사외이사 사이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됐는데 사내이사 1명(조 회장)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외이사 10명이다.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 주주를 대변하는 구조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금도 신한금융지주 지분 20%가량을 소유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0년 신한사태가 불거진 뒤 재일교포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여 관련됐던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에게 사임을 요구하자 2개월 만에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잘못이 있는 최고경영진을 바로 경질하는 모습은 정권과 그릇된 유착을 막고 금융회사의 자율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반면 검의 양날처럼 지나치게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강해 권력화되는 것도 또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입김이 강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회추위와 사추위 등 소위원회에서 권한이 대폭 축소되면 이사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들의 힘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조 회장이 재일교포 주주들과 뚜렷한 인연을 맺지 않은 ‘중립적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권력화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 지가 고민되는 지점은 맞다”며 “다만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그동안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해온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