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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왜 최고의 투자처가 됐을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2-12 16: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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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는 왜 최고의 투자처가 됐을까  
▲ 영화 '변호인'(왼쪽)과 '명량이 2014년 한국 영화시장의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 영화시장이 2년 연속 총 관객 수 2억 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약 1억9364만 명에 이른다. 12월에 대거 개봉하는 대작영화들을 고려하면 올해 관객은 2억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화 관객은 2억1천만 명이었다.

한국 영화시장은 유례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영화관람은 4.12편을 기록해 북미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시장 전체 매출도 약 1조8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투자규모도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업자들도 속속 한국 영화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시장이 대기업 중심의 독점체제 때문에 기형적으로 자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투자수익률 높은 영화산업

한국 영화시장은 2012년부터 관객과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좋은 투자처로 손꼽히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영화시장의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15.2%다. 2012년보다 1.9%포인트 높아졌으며 2004년과 비교하면 12.1%포인트나 높아졌다.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영화시장의 투자수익률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2012년부터 한국 영화의 관객점유율과 VOD 등 부가시장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시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2012년 처음으로 관객 1억 명을 넘긴 뒤 지난해에 약 1억1500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12월1일까지 약 9487만 명이 한국영화를 관람하면서 1억 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이 늘어나면서 한국 영화시장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1조8839억 원에 이른다. 순수한 극장 입장권 매출만 쳐도 1조5512억 원으로 2012년보다 6.6% 늘어났다.

영화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펀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 전반은 영화 투자수익률 10%를 넘겼다. ‘7번 방의 선물’이나 ‘변호인’은 각각 투자수익률 316%와 196%를 내기도 했다.

금융기관이 직접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은 ‘명량’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CJ그룹에서 조성한 영화 펀드에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

IBK기업은행도 ‘명량’에 이어 올해 5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군도’ 펀드에 참여했다. 내년에 개봉하는 ‘NLL 연평해전’에도 20억 원을 투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영화시장은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태”라며 “금융기관에서도 신규 수익원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는 왜 최고의 투자처가 됐을까  
▲ 제프리 갓식 20세기폭스 사장(오른쪽)이 지난 9월2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와 만나 경상남도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짓는 문제를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경남도청>

◆ 할리우드도 눈독 들이는 한국 영화시장


영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급사들도 한국 영화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인구에 대비해 시장규모가 크고 관객의 반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영화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시장은 약 14조5158억 원 수준으로 세계 7위다.

미국 영화배급사들은 이를 고려해 한국 영화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테스트베드는 한 작품에 대한 평가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기법이다. 이 때문에 여러 외화들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일이 늘어났다.

‘엑소더스’는 북미지역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 4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올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트랜스포머4 : 사라진 시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여러 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먼저 극장에 걸리기도 했다.

몇몇 외화의 경우 세계 흥행에 한국 영화시장이 큰 영향을 끼친다. 11월 영화시장을 장악한 ‘인터스텔라’는 지난 7일 개봉 1개월 만에 누적관객 910만 명을 기록했다. 북미와 중국에 이어 전 세계 흥행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글로벌 영화배급사는 직접 한국 영화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20세기폭스는 지난해 ‘런닝맨’ 제작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10월 개봉한 ‘슬로우 비디오’의 제작비 60억 원을 전액 투자했다. 워너브라더스도 한국영화 제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파크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제프리 갓식 20세기폭스 사장은 지난 7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만나 20세기 폭스 영화를 주제로 한 글로벌 테마파크와 리조트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파라마운트도 경기도 안산에 무비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영화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영화 개봉뿐 아니라 전반적인 영화산업에서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는 왜 최고의 투자처가 됐을까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9월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영화시장 독과점 현황과 개선'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자협회>

◆ 한국 영화시장에 드리운 독점의 그림자


한국 영화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영화 제작부터 영화관 운영까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중소형 영화배급사를 차별한다는 논란이 되풀이 해 터져나온다.

국내 3대 영화배급사의 경우 CJE&M, CJCGV,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롯데쇼핑 아래 롯데시네마와 연계된다. 쇼박스의 경우 2007년까지 메가박스와 같은 오리온그룹 아래 함께 있었으나 지금은 분리된 상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국내 대형 영화기업들이 수직계열화된 구조를 이용해 중소 배급사를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CJE&M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의 상영관을 늘리고 상영기간도 연장하는 편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국내 4위권 영화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도 최근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영화 투자배급사 계열사가 극장을 보유했을 경우 같은 시기에 여러 영화가 개봉하면 같은 그룹 아래 계열사의 영화가 우대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CJ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중소 영화배급사의 영화 546편 가운데 293편의 예매시스템을 개봉 1주일 전까지 열어주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화 개봉 당일부터 예매가 가능했던 경우도 CJCGV 5건, 롯데시네마 17건에 이르렀다.

대기업 산하 영화사업자들이 수익성에 치중해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스텔라’의 경우 개봉 후 1410개 관을 차지하며 올해 상반기 ‘명량’에 이어 스크린 독점논란에 휩싸였다. 중소 영화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배급한 ‘카트’가 같은 기간 544개 관에서 상영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카트’를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SNS에 “영화 카트 상영관이 팍 죽었어요. ‘인터스텔라’ 흥행 광풍에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다가 빌빌대는 중입니다. 제작자로서 뼈가 아프네요”라는 글을 게재해 이런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CJCGV와 롯데시네마는 독점논란에 대해 영화 예매율이 높은 곳에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을 뿐이며 계열사에 따로 혜택을 주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자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사실상 시장지배자적 지위 남용 혐의를 인정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보려는 욕구가 큰 만큼 대형 영화기업들의 독점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올해 들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깜짝 흥행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지난 11일 하루 동안 6만5613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그날 ‘인터스텔라’와 ‘엑소더스’를 제치고 1일 관객 수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누적관객 수도 42만여 명에 이른다.

상반기에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 ‘비긴어게인’이 지난 8월 개봉한 뒤 3개월 만에 관객 342만 명을 모아 화제가 됐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영화시장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보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라며 “이러한 영화들이 공정하게 스크린에 걸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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