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성폭력을 직접 폭로하는 운동인 '미투운동'에 불이 붙었다.

17일 직장인 익명 모바일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직접 경험한 성추행을 공개하는 장소인 미투(#MeToo)게시판에서 하루에 5건이 넘는 성폭력 사건이 고발되고 있다.

블라인드는 직장인이 직장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하고 가입할 수 있는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미투게시판에는 해외출장에서 마사지를 해달라는 팀장이나 등을 쓰다듬는 부장, 수시로 카카오톡으로 사적 내용을 보내는 상사 등의 내용이 게재됐다. 

이 게시판에서는 ‘소문이 나면 피해자만 더 괴롭다’는 우려를 깨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1일 만들어진 이 게시판에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400여 건의 글이 게재됐다.

미투운동에 불이 붙은 것은 검찰조직 내 성범죄 실태가 알려지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동참을 하면서부터다.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는 1월29일 검찰조직 내 성폭력 실태를 알렸다. 이후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효경 경기도의회 의원, 임보영 뉴스타파 기자 등도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미투운동을 이어갔다.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 등 이름 난 문화계 '대부'들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피해자들도 연쇄 고발하면서 미투운동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연출가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자마자 연출가로서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투운동이 확산되자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른 사회적 움직임도 포착됐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은 성추행조사단을 꾸렸다.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가 있는 현직 부장검사를 체포하고 법무부 검찰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법조계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강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성희롱 피해자들을 동일 성별의 조사자가 조사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글에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위드유(#Withyou)라는 해시태그가 달기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같은 일터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전현직 임직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이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법원 산하 양성평등소모임 젠더법연구회는 6일 “법조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하고도 적절한 구제절차가 확립돼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며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의 가치가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