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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인수 못하고 '빈손' 될 수도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8-01-22 13: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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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온힘을 쏟아온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를 위한 노력이 소득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시바가 중국에서 반도체 매각 관련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실상 매각을 완전히 철회하는 쪽으로 계획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인수 못하고 '빈손' 될 수도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도시바는 최근 들어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투자여력도 강화하고 있어 SK하이닉스에 더 강력한 경쟁사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22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사업 매각 진행과정에서 계속해 암초를 만나며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압력과 반도체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매각 반대에 이어 중국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마저 예상보다 늦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 대한 독점금지규제 심사절차를 시작했다. 심사에 일반적으로 6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시바의 한 고위임원은 닛케이를 통해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매각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며 “중국의 승인이 나더라도 조건부 승인 등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심사절차를 시작하기 전부터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 시장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반도체기업이 본격적 사업 진출을 앞두고 해외업체를 상대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도시바는 3월까지 중국의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매각을 완전히 철회하고 도시바를 별도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새로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3월까지 독점금지규제 심사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각계획을 백지로 돌리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맥쿼리증권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도시바의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것보다 상장하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라며 “매각 무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파악했다.

SK하이닉스와 애플 등이 참여한 도시바 반도체 인수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베인캐피털도 이런 계획 변동에 크게 반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도시바 인수를 마무리한 뒤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최근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합의한 협상조건에 따라 매각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이 다른 외부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시바가 6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적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 점도 매각 철회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싣는다. 반도체사업을 매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운영자금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사업 매각을 추진하던 시기와 지금의 상황도 완전히 달라졌다.

강력한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이어지며 도시바가 지난해 약 30%에 이르는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고 핵심과제인 64단 3D낸드 제품의 개발과 양산도 순항하고 있다.

도시바는 그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던 64단 3D낸드 반도체 샘플의 공급을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또 최대 3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신규공장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도시바 주주들도 도시바가 대규모 투자여력과 기술 경쟁력을 모두 갖춰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한 만큼 반도체사업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닛케이는 “도시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규 대주주로 오른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는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며 도시바 반도체 매각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인수 못하고 '빈손' 될 수도
▲ 도시바가 건설중인 낸드플래시 신규공장 조감도.

SK하이닉스는 이런 일련의 과정 아래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 도시바 지분을 확보해 반도체사업에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실질적 위협에도 놓이고 있다.

도시바가 매각을 철회한 뒤 유상증자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거 쏟아부을 경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고 반도체 공급과잉을 이끌 가능성도 높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약 4조 원을 들여 참여했다.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런 대규모 투자금액을 들일 만한 대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도시바는 SK하이닉스 등 인수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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