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삼성전자, 3D프린팅 시각이 다른 이유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과 변재완 SK텔레콤 부사장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3D프린팅산업을 놓고 국내 기업과 정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D프린팅산업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정부는 집중적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3D프린팅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3D프린팅산업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부는 10대 핵심 활용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 발전을 위한 15대 전략기술을 제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D프린팅기술 로드맵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가 제시한 10대 분야는 의료, 금형, 문화·국방, 전기·전자, 자동차, 항공, 조선, 에너지, 디자인, 유통이다. 15대 전략기술은 대형 금속구조물용 프린터, 3D프린팅 시뮬레이터 등이 꼽혔다.

정부는 미래먹거리로 3D프린팅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자부는 올해 4월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1천만 명 인력을 양성하고 선도기업 5개를 키워내 세계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출범한 한국3D프린팅협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인증기관으로서 이런 정부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D프린팅협회는 19일 제2회 창의메이커스데이를 열고 의료산업에 활용되는 3D프린팅기술을 발표했다. 지난 8월 제1회 창의메이커스데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다.

그런데 한국3D프린팅협회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니다. 회원사 명단에 SK텔레콤과 KT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협회장은 변재완 SK텔레콤 부사장이다. 3D프린팅이 제조업의 혁명이라고 평가받는 것을 생각하면 통신사들이 3D프린팅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반면 제조업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3D프린팅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D프린팅 기술을 미래산업을 변화시킬 7대 파격기술로 선정했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아직 사업성이 높지 않다며 관망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홀러스어소시에이츠는 3D프린팅산업이 지난해 31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210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린터 시장도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3D프린팅산업에 대해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상반된 접근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 SK텔레콤, 국내 3D프린팅 주도

SK텔레콤은 3D프린팅에 관심이 많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ICT노믹스’를 주창하면서 3D프린팅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4대 격전산업으로 꼽았다.

하 사장은 “3D프린팅으로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누구나 제조에 참여해 다양한 산업분야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3D프린팅에 대한 관심의 중심에 변재완 SK텔레콤 부사장이 있다. 변 부사장은 3D프린팅협회 초대 회장을 맡으며 SK텔레콤의 3D프린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변 부사장은 3D프린팅에서 통신사의 역할에 대해 “이동통신사가 3D프린터와 콘텐츠를 묶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언제 어디서든 3D프린팅을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며 통신 네트워크와 3D프린팅을 연계할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

변 부사장은 6월 3D프린팅협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3D프린팅 전담팀은 없지만 연구개발조직에서 깊게 연구중”이라며 “3D프린팅과 클라우드의 연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클라우드에 출력하고 싶은 내용을 올려두고 3D프린터가 설치된 곳에서 프린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수도권 40여 곳의 대리점에 3D프린터를 설치하고 이용자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직접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케이스에 원하는 문구나 사진을 넣어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아직 낯선 3D프린터를 대중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변 부사장은 “3D프린팅은 허와 실이 있다”며 “기술적 한계도 있고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 부사장은 “이런 3D프린팅의 속성을 대중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3D프린팅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하는 마당을 만들 것”이라며 “3D프린팅 관리 시스템과 정보 공유 네트워크 등 3D프린팅 발전을 위한 요소를 융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T 삼성전자, 3D프린팅 시각이 다른 이유  
▲ 한국3D프린팅협회가 6월30일 창립기념식을 열고 있다. <한국3D프린팅협회>

◆ 삼성전자, 3D프린팅 아직 시기상조

삼성전자는 3D프린팅에 유보적이다.

최근 벤처창업 공모전을 열고 3D프린팅을 7개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한 정도다. 공모전에서 3D프린팅 분야 유망 스타트업이 선발되면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선뜻 3D프린팅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자체 진단 결과 아직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집마다 2D프린터처럼 3D프린터를 갖출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정용 3D프린터는 시장성이 낮다고 봤다.

또 산업용 3D프린터 역시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의료분야 등 소품종 고비용 업종에만 사용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아직 3D프린터 기술이 초기이지만 중국업체들이 저가의 3D프린터를 내놓으며 과열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시장진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대만의 XYZ프린팅은 최근 60만 원대 3D프린터를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이 설익은 시장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과도한 투자경쟁이 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또 초기단계에서 자칫 특허문제에 휩싸일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3D프린팅 선두업체인 스트라타시스는 마이크로보드 테크놀로지에게 4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3D프린팅 기술은 주요기술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핵심기술들이 특허로 묶여있다. 뒤늦게 3D프린팅 시장에 뛰어들다가 특허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MS와,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특허소송을 벌이는 등 특허문제로 적잖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확보 없이 3D프린팅시장에 진출해 예기치 못한 분쟁을 겪는 것보다 3D프린팅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할 때까지 차근차근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협력업체로부터 3D프린터 시제품을 납품받았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 OEM방식으로 3D프린터 시장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3D프린터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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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는 지난달 멀티젯 퓨전 3D 프린터를 선보였다.

◆ 해외 프린터 대표 제조사들은 움직임 활발

글로벌 프린터 제조사들은 3D프린터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통 프린터시장의 역량을 3D프린터시장으로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일렉트로닉 위클리는 기존 프린터 제조사인 HP와 엡손 등이 3D프린터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HP다. HP는 지난 10년간 5개의 3D프린터 특허를 출원하며 3D프린터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HP는 지난달 멀티젯 퓨전 3D프린터를 선보였다. HP가 자체 개발한 첫 3D프린터다. HP는 기존의 3D프린터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제품을 출력할 수 있고 정밀한 부품제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3D프린터가 한 번 출력에 한 가지 소재만 사용할 수 있어 단색 출력만 가능했던 데 비해 HP의 멀티젯 퓨전 프린터는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색으로 된 제품출력이 가능하다.

멀티젯 퓨전 프린터가 기존 2D프린터와 같은 헤드 기술을 쓰는 것도 장점이다. HP의 2D프린터 기술 노하우를 3D프린터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개발시간과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HP는 2016년 업무용으로 이 멀티젯 퓨전 프린터를 출시할 것이며 가격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HP는 기존 3D프린터보다 저렴한 가격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앱손도 3D프린터를 개발중이다. 우스이 미노루 앱손 회장은 5년 내 3D프린터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손은 기존 3D프린터를 뛰어넘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3D프린터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록스는 지난해 12월 3D시스템즈에 프린팅 연구개발 부서를 매각했다. 제록스와 3D시스템즈는 15년간 3D프린터를 함께 개발해 왔는데 이를 넘긴 것이다. 그러나 제록스는 핵심기술인 프린터헤드 개발조직은 남겨뒀다. 앞으로 3D프린터 관련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이 밖에 캐논, 리코 등 다른 프린터 제조사들은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 등 3D프린터 선두업체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아직 3D프린터시장이 2D프린터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