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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의 고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11-24 2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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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의 고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 (왼쪽부터)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진에어 전무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와 어떻게 공존의 방향을 찾을까?

진에어가 최근 중장거리노선인 하와이 노선까지 취항하겠다고 나섰다.

진에어는 조양호 한진그룹의 회장의 둘째딸 조현민 전무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조 전무는 2008년 진에어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진에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 6월 열린 진에어 취항 6주년 기념식에서 “내년 말까지 총 9대의 항공기가 추가로 도입되는 만큼 진에어의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중장거리노선에도 적극적으로 취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대한항공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에어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 1위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되면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중장거리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방향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대한항공과 차별성 줄어드는 진에어

진에어는 12월부터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중대형항공기를 도입해 운항한다. 모두 355석 규모의 중대형항공기를 다음 달 12일부터 인천∼괌 노선에 투입한다. 진에어는 또 이 노선에 오후 9시 출발하는 야간편을 추가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현재 동시에 인천~괌 노선에 취항하면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괌 노선에서 대한항공은 야간시간대 출발 항공편을, 진에어는 주간시간대 출발 항공편을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고객을, 진에어는 실용고객을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진에어가 다음달부터 이 노선에 야간편을 운영하게 되면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시간대가 겹치게 됐다.

진에어는 또 내년 인천~하와이 노선에도 취항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로서 처음이다. 이 노선 역시 대한항공이 이미 운항하고 있다.

특히 이 항공기에 이코노미플러스 존이 30~40석 도입된다. 일반 이코노미 좌석보다 상대적으로 간격이 넓어 편하게 갈 수 있다. 기내에서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차별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조양호의 고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 국내선부터 국제선 여러 노선 겹쳐

진에어는 2008년 7월 첫 취항 이후 한동안 대한항공 노선과 겹치지 않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단거리 관광노선을 위주로 운항해 왔다. 하지만 얼마 뒤 대한항공이 이미 취항하고 있던 노선인 인천~방콕, 인천~삿포로, 인천~홍콩, 인천~세부, 인천~괌 노선 등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대한항공이 취항하지 않던 곳에도 신규로 뛰어들었다. 인천~오키나와 노선은 2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2012년부터 대한항공이 아닌 진에어가 취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오는 12월22일부터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에 취항한다. 현재 이 노선은 대한항공이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이 노선에서 발을 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 코타키나발루 노선의 경우 한진그룹의 대표 항공사가 대한항공에서 진에어로 바뀌는 셈이다.

진에어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부산∼제주 노선 운항허가도 신청했다. 현재 대한항공도 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부산∼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부산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진에어는 2009년 1월 김해공항에 취항해 김포, 제주 노선을 운항하다가 1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진에어가 대한항공과 경쟁구도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을 받아 부산과 김해에서 취항하는 국제선 및 국내선 노선을 물려받은 것과 달리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에어의 부산 취항이 확정될 경우 대한항공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진에어의 공격경영, 중장거리 노선 확대 계획

진에어는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에 중대형항공기를 포함해 항공기를 6~7대 들여온다. 그동안은 통상적으로 1년에 2대를 들여왔다.

진에어는 현재 12대의 B737-800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좌석규모가 200석 안팎이며 최대 운항 거리가 5765km 수준이다. 동남아지역 정도 운항할 수 있는 기종이다.

진에어는 하와이 노선 취항을 위해 최대 운항거리가 1만4400㎞인 항공기를 12월부터 도입하고 내년에 2대를 더 들여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 항공기는 미주나 유럽까지 운항할 수 있다.

진에어는 하와이 노선 취항과 함께 당분간 이 노선에 주력한 뒤 다른 장거리노선도 검토하려고 한다. 진에어가 장거리노선에 진출하는 것은 단거리노선에서 저가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동남아 등 5~6시간 이내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중장거리노선 개척은 저비용항공사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중장거리노선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의 취항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는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에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는 만큼 시장 형성 초기에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각 22%, 17%를 차지하고 있어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진에어의 직원 수 등 회사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진에어의 직원은 약 750명이다. 12월 괌에 취항할 B777 1호기를 위한 직원은 이미 100명 정도 뽑아 교육하고 있다. 내년 말 1천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진에어의 이런 공격적 투자는 안정적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진에어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도 3분기까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매출 3600억 원, 영업이익 120억 원의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양호의 고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잠식이냐 상생이냐

문제는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기존노선을 침범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진에어가 앞으로도 계속 대한항공과 같은 노선에 취항하면 대한항공의 시장이 잠식돼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진에어의 장거리노선 확대가 대한항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진에어가 장거리노선에서 초기에 자리잡으려면 적자 위험이 큰 신규노선보다 대한항공이 이미 취항해 어느 정도 검증된 노선에서 일부 수요를 가져오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진에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가 내년 취항할 예정인 인천~하와이 노선은 대한항공의 주요 노선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하와이의 경우 대부분이 관광수요인 만큼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같은 노선에서 경쟁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높은 진에어가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장거리노선 가운데 진에어가 취항할 수 있는 곳은 항공자유화가 이뤄진 미국의 주요 도시 외에 없다”며 “제한된 노선 속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가격경쟁을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진에어가 장거리노선에 뛰어들 경우 두 항공사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두 항공사가 당분간 상호보완의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한항공 역시 두 항공사가 '윈윈(win-win)'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서비스, 진에어는 저가항공시장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단거리노선에서 해왔던 것처럼 장거리노선 역시 공략 고객층이 달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인천~괌 노선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중복운항하면서 괌으로 향하는 관광객 자체가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대한항공이 단독운항한 2009년 약 18만 명이었던 수송승객은 진에어가 함께 운항한 2013년에 약 35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장거리노선에서도 이런 신규수요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같은 노선이라도 상품성을 달리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면 성장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호의 고민,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존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과 레이 코너 보잉사 사장이 지난해 6월 대한항공의 차세대 항공기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한항공>

◆ 조원태-조현민 역할 분담은?

진에어는 조양호 회장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조현민 전무의 진에어 공격경영도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진에어 전무의 역할 분담도 주목한다.

지난 9월 항공업계에서 진에어의 장거리노선을 6개 이내로 제한하기로 대한항공에서 잠정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가 돌았다. 조원태 부사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이 진에어의 항공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를 조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당시 이런 얘기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각각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맡아 경영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남매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계속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조원태 부사장은 현재 대한항공의 화물과 여객수송 등 핵심부분을 맡고 있다.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출범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하는 등 의욕적으로 진에어의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진에어가 대한항공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공격경영에 나서는 것도 조현민 전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출범 당시 “엄마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에 없었던 새로운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MBA과정을 이수한 것은 진에어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전무는 진에어의 로고 디자인, 사명, 유니폼 디자인, 포인트 제도 등 진에어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안에 직접 참여했다. 진에어에서 조 전무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진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담당하고,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호텔사업부문, 차녀인 조현민 전무가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를 맡는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2008년 저가항공사가 대형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이 시간문제로 지적되자 직접 저가항공업에 진출했다. 대한항공은 지분 100%를 출자해 진에어를 설립했다.

진에어는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총 누적 탑승객 1천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상반기에 국제선 이용 여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늘었다. 진에어의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진에어는 2010년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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