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본회의 개최에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민생과 개혁을 위한 소중한 시간은 헛되이 흘러가고 있다”며 “민생과 개혁 열차에 동승할 것을 자유한국당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원내부대표 역시 “자유한국당이 본회의를 무산시키고 임시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은 무책임과 당리당략으로 일관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하루 빨리 본회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기국회는 8일 끝났으나 여야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23일까지 2주 동안 임시국회를 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임시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기간 연장과 국회 운영위원장 선임 등을 놓고 여야간 대립을 벌이며 파행됐다.
결국 22일 예정된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본회의에 부의된 32건의 민생법안과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미뤄졌다.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임시국회 회기는 1월9일까지 자동연장됐다. 하지만 여당은 올해 안에 본회의를 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 가운데에 연말 일몰을 앞둔 것들이 있어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법안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법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6개월 후부터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모든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에 국가통합(KC)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판매 제품마다 일일이 인증을 받아야 해 사실상 인증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사업자들의 반발이 크다.
이 때문에 당초 올해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말까지 시행이 1년 유예됐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판매하는 제품에 인증을 받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시간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법이지만 입법취지와 다르게 비정규직 교수 제도를 고착하고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불러올 우려가 있어 5년 동안 3차례 유예돼 왔다.
여전히 대학과 시간강사들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대학과 강사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여야는 우선 시행을 1년 유예하기로 합의하고 법사위까지 통과했으나 정작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 시행이 임박하게 됐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여기에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의 임기가 1월1일 끝나 대법관 공석을 막으려면 후임인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필요하다. 감사원장은 이미 한 달 가까이 유진희 감사원장 대행체재를 이어오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연내 임명이 무산될 경우 대법원은 소부와 전원합의체 구성도 못해 또 다시 사건이 줄줄이 연기되는 일이 불가피하다”며 임명동의안 연내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은 본회의 개최에 대비해 소속 의원에게 출국금지령을 내리며 표 단속에 나서는 한편 자유한국당과 물밑에서 접촉하며 본회의 개최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야가 개헌 등 쟁점사항에 시각차이가 커 본회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여야간 협치를 통한 원내협상기능을 상실하고 집권당의 일방적 주장만 난무하는 공간이 됐다”며 “몽니와 꼼수로 문재인 개헌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여당의 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배제한 채 국민의당과 손잡고 본회의를 여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6일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본회의 개최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 통합과 안철수 대표 재신임을 놓고 30일까지 전당원투표를 진행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을 배제하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