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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팬택 주요임원들이 7월 10일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팬택 매각이 불발됐다. 몇몇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인수에 나선 기업은 없었다.
팬택은 또 다시 무거운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채권단과 협의해 몸값을 낮춰 재매각에 나서든지 아니면 회사를 청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 팬택 매각 무산, 투자자 가격 부담 느낀 듯
팬택 매각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은 팬택입찰이 유찰됐다고 21일 밝혔다.
삼정회계법인은 이날 오후 3시 서류접수를 마감하고 본입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달 국내와 해외업체 두 곳 정도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이날 인수가격을 써낸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원래 지난달 29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이날로 한 차례 일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번 입찰이 유찰된 것은 투자자들이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원과 팬택 채권단은 최저입찰가격으로 약 2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 밀리는 상황에서 최근 샤오미 등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업황이 더 어려워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2천억 원이란 금액을 쉽게 써낼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동통신사에 좌우되는 유통구조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빙하기를 맞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시장 등도 유찰의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삼정회계법인은 “앞으로 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다만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산보다 재입찰 가능성 높아
이번 입찰이 불발되면서 팬택의 운명은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와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삼정회계법인은 이들과 상의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는 팬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재입찰과 청산 두 가지라고 본다. 이 가운데 청산은 최후의 수단인 만큼 아직까지 재입찰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재입찰 결정을 내릴 경우 팬택의 몸값을 얼마까지 내릴 수 있는 지가 최대 관건이 된다.
팬택을 인수하게 될 투자자는 인수가뿐 아니라 팬택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한다. 올 상반기까지 팬택의 부채 총계는 1조 원에 이른다.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또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청산되더라도 채권회수가 어려운데다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돈도 적다”며 “인수가격을 낮춰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이 채권단 입장에서 더 유리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팬택 청산가치는 1895억 원인데 인수가가 이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질 경우 채권단이 결국 청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헐값매각 논란을 우려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 특히 팬택이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등 해외업체에 넘어갈 경우 ‘제2의 쌍용차’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택 자산을 쪼개서 팔수도 있다는 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생산설비인 김포공장 등 유형자산, 특허와 브랜드 등 무형자산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팬택이 분리매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팬택 채권단이 모이는 1차 관계인집회는 다음달 5일 열린다. 삼정회계법인 등은 이때까지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청산을 하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