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한국을 세제 관련해 비협조적 지역에 포함한 유럽연합(EU)의 결정을 놓고 조세주권 침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6일 “유럽연합은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 외국인투자 관련 세제지원제도가 ‘유해조세제도(preferential tax regime)’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며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자체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U '세제 비협조적 지역'에 한국 포함, 기재부 "조세주권 침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럽연합은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한국, 마카오, 몽골, 파나마, 바레인 등 17개 나라가 포함된 세제 관련한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현재 외국인투자지역 등에 입주한 기업의 감면대상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의 법인세를 줄여 주는 세제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은 이를 유해조세제도라고 바라봤다.

유럽연합은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이면서 △국내와 국제거래에 차별적 조세혜택 제공 △제도의 투명성 부족 △제도와 관련한 효과적 정보교환 부족 가운데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면 유해조세제도로 판단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결정은 경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제합의에 위배된다”며 “외교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범정부적으로 적극 대처하고 OECD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우리 입장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유럽연합이 국제기준으로 통용되는 OECD와 G20의 BEPS프로젝트 기준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BEPS프로젝트에서는 적용대상을 금융과 서비스업 등 이동성 높은 분야로 한정해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지원제도의 경우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유럽연합은 2월 G20의 유해조세제도 평가결과를 수용하기로 확약했으나 이와 상반된 결정을 내려 국제적 합의를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는 다국적기업이 페이퍼컴퍼니 등 소득이전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G20 정상들은 2015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BEPS를 방지하기 위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OECD 국가들은 G20회의에서 채택한 BEPS보고서의 최소기준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까지 유럽연합과 함께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한 뒤 합의 아래 제도개선을 검토하자고 제안했으나 유럽연합은 2018년말까지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명단에 포함했다”며 “평가과정에서 우리에게 제도를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절차적 적정성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유럽연합은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조세조약 등을 통해 효과적 정보교환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조세행정에서 높은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일부 언론이 유럽연합이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유럽연합은 조세회피처가 아닌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의 명단을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럽연합이 비협조적 지역으로 분류한 나라에 어떤 제재를 가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다른 국제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며 “유럽연합의 결정을 아직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