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임원인사가 이르면 12월 안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처음 도입된 BU(Business Unit)체제의 앞날에 시선이 몰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BU체제가 도입된 지 열 달이 다 돼가지만 제대로 안착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BU체제를 도입했다. 금융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를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 및 기타 등 4개 BU로 나누고 각 BU를 이끌 BU장을 선임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수가 90개가 넘는 데다 분야도 유통과 식품, 호텔과 건설, 화학 등으로 다양해
신동빈 회장 혼자만으로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입 초반부터 역할이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일부 BU의 경우 앞으로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이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각 BU장들은 지난 10개월 동안 BU체제 안착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각 BU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 성적표도 엇갈리고 있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BU장도 있지만 존재감이 매우 미미한 BU장도 있다.
유통BU의 경우
이원준 BU장이 초반부터 소속 계열사 간 시너지 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고 어느 정도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BU는 소속된 계열사끼리 사업영역과 사업구조가 비슷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많다. 유통BU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을 비롯해 편의점 세븐일레븐, 헬스&뷰티숍 롭스, 롯데하이마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유통BU가 출범한 뒤 여러 차례 대규모 할인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일부 계열사는 구매와 디자인, 홍보분야의 통합작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겹치는 품목을 유통BU 차원에서 구매하면 구매력을 키울 수 있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고 덩달아 가격경쟁력도 확보된다.
그러나 화학BU와 호텔 및 기타BU의 경우 계열사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이 모두 호텔 및 기타BU에 묶여 있지만 사업의 연관성은 매우 적다. 계열사끼리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각 BU장의 위치가 더욱 애매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의 지주사로 자회사의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등을 맡고 있다. 자회사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유통BU와 식품BU에 소속된 계열사를 거느리게 돼 업무가 어느 정도는 중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도입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BU체제가 이어지고 4명의 BU장들도 당분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허수영 화학BU장이 1951년생,
이재혁 식품BU장이 1954년생,
송용덕 호텔 및 기타BU장이 1955년생,
이원준 유통BU장이 1956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뒤를 이을 마땅한 대안도 없다.
신동빈 회장이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점도 BU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신 회장과 재판부가 한동안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악의 경우 총수부재라는 사태를 맞을 수 있는 만큼 각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그룹 내 원로 경영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허수영 BU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를 놓고도 관심이 쏠린다.
허 BU장은 BU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롯데케미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기여했지만 재판을 받고 있어 BU장 4명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허 BU장은 최근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 사장은 정부를 상대로 세금환급 소송사기를 벌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와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