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데 태양의 도시 계획이 3선을 굳힐 쐐기가 될지 또 다른 역할을 향한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박원순 시장은 21일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1조7천억 원을 투입해 서울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현재 131.7㎿에서 8배 수준인 1천㎿(1GW)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과 월드컵공원에 태양광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5개 권역에 태양광 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태양광분야 연구개발에 150억 원을 투자하고 4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창업·벤처기업 펀드도 조성한다.
박 시장은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통해 에너지 절감 정책을 펼쳐왔다. 이번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전 하나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에너지 소비도시 서울에서 에너지 생산도시 서울로 대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며 “2022년 서울 어디서든 태양광이 일상이자 서울의 풍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계획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서울시 전체 가구의 3분의 1가량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 내놓은 원전하나줄이기 종합대책에서 2014년까지 360㎿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도 1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5년만에 1GW까지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다소 무리하게 태양광 도시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의 3선 도전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 3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편이다.
그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람은 각자의 길이 있고 저는 제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서울시장 수행에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중앙정치 진출 가능성을 놓고 “제 문제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도 걸려있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박영선 민병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은 최근 잇따라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강력한 경쟁자들에 맞서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존재감과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태양의 도시 정책과 같은 굵직한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9월 서울시의 미래 비전을 담은 2030 도시기본계획안(서울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법정 최상위 계획으로 지금까지 서울시 모든 계획과 정책수립의 기본방향을 이끌어온 지침이 됐다.
태양의 도시 정책은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차기 서울시장 임기와 동일하다. 박 시장이 3선 임기를 관통할 핵심정책으로 이를 선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넘어 다른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박 시장은 도시재생,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여러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번 정책 역시 그 연장선에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으로 에너지정책 방향을 정하고 2030년까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태양의 도시 계획 역시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잘 부합한다.
박 시장은 올해 초 대선 때 민주당 경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박 시장의 조력자들이 대거 문재인 캠프로 흡수돼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정부 요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은 서울시에서 박 시장표 정책들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서울시 정책이 닮아가는 일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볼 때 박 시장이 서울시에서 정부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꿈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벗어나 원내 진입 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렇게 되더라도 태양의 도시 정책은 박 시장의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마침 2022년은 문재인 정부 임기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차기 대선이 치러질 때쯤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부정적 전망을 뒤집고 서울시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성공을 거둘 경우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