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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매각 여전히 '삐걱', SK하이닉스에게 오히려 기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11-20 12: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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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지분의 인수를 예정대로 마무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에 공동으로 투자를 벌이는 계획도 검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가 자금난으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고전할 가능성은 높아진 만큼 SK하이닉스가 자체 낸드플래시 시설투자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더 유리한 기회를 맞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매각 여전히 '삐걱', SK하이닉스에게 오히려 기회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시바는 약 6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도시바의 전체 시가총액 절반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도시바가 생활가전과 의료기기, TV와 PC사업부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이어진 것이다.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로 입은 대규모 부채를 내년 3월까지 상환해야 일본증시에서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마련에 바삐 나서고 있다.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등의 컨소시엄이 약 21조 원에 인수하는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매각이 언제 마무리될 지 불투명해진 점도 도시바가 자금확보에 더 적극 나서는 이유로 분석된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최근 반도체사업 매각을 반대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재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지통신은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에 소송을 중단하고 신규공장에 공동투자하라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거절당했다”며 “최악의 경우 반도체사업 매각이 무산될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바는 자금난으로 지난해부터 미뤄지고 있는 낸드플래시 신규공장 건설을 진행하기 위해 웨스턴디지털과 공동으로 투자를 벌여야만 한다.

요미우리신문 등 외국언론은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협상에 실패할 경우 신규공장 투자를 늦추지 않기 위해 SK하이닉스 등 다른 업체의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했다.

하지만 도시바는 로이터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참여자로부터 낸드플래시 신규공장 투자를 지원받을 계획은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최근 내놓았다.

도시바가 베인캐피털이나 애플, SK하이닉스 등에 시설투자까지 지원받을 경우 웨스턴디지털과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지분인수에 약 4조 원을 들이기로 했다. 또 도시바의 신규공장에 웨스턴디지털 대신 참여할 경우 생산물량을 일부 나누어 받는 등의 협력효과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반도체사업 지분인수와 생산공장 투자가 모두 불가능해지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협업할 기회는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웨스턴디지털의 반대와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 등이 모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SK하이닉스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바를 포함한 글로벌 낸드플래시기업들의 치열한 증설경쟁이 내년부터 업황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기 때문이다.
 
도시바 반도체 매각 여전히 '삐걱', SK하이닉스에게 오히려 기회
▲ 도시바의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도시바가 신규 생산공장 투자에 웨스턴디지털 또는 외부업체를 모두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되기 어려워진다. 반도체사업 매각을 통한 자금확보도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가 내년부터 신규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가정해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연간 31% 가까이 늘리며 공급과잉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기업으로 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도시바가 신규공장 투자와 가동에 차질을 빚는 사이 SK하이닉스가 자체 낸드플래시 생산투자에 더 속도를 낸다면 점유율을 빼앗아오며 시장지배력을 높일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송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17%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바는 21%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증설계획이 어긋날 경우 SK하이닉스에 글로벌 2위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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