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에 따른 자동차업계와 타이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중 FTA 협상 결과 자동차는 양허(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부품과 타이어는 양허대상에 포함돼 향후 각각 20년, 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 FTA 협상 결과 자동차가 양허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완성차기업마다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10일 FTA 협상에서 자동차를 양국 모두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향후 FTA가 발효되더라도 현행 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은 중국이 22.5%, 한국이 8%다.
◆ 현대기아차 웃고,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울고
현대기아차는 이미 중국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FTA 수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중국에서 각각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각각 연간 105만 대, 74만 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는 현재 추가로 공장신설을 검토중이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중국 현지생산 능력을 200만 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한 차량은 모두 4만8천여 대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157만 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차량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K7, K9 등 준대형차와 대형차가 대부분이다. 관세가 철폐됐을 경우 현대기아차는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력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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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
그러나 관세가 철폐될 경우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도 국내시장으로 대거 유입된다. 올해 들어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면서 내수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관세 유지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 셈이다.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번 한중 FTA 협상 결과가 다소 실망스럽다.
국내 완성차기업 5곳 가운데 현대기아차만이 중국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한국GM은 중국에 반조립(CKD)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중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해 각각 3만5천여 대, 1만5천여 대를 수출했다.
르노삼성차의 모기업 르노자동차가 중국에서 연간 8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르노삼성차는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FTA 협상결과 자동차가 양허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르노삼성차의 중국수출 가능성이 다소 희박해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룹차원에서 보면 르노삼성차가 중국으로 수출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1년부터 중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까지 중국 수출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만 대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쌍용차는 내년 출시되는 소형 SUV ‘X100’ 가솔린 모델을 중국에 수출하는 계획을 세웠고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기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한중 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양허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 업체들은 지금처럼 당분간 현지화 전략 위주로 중국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부품과 타이어, 향후 관세철폐에 엇갈린 반응
국내 자동차부품사들은 한중 FTA 협상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중국에 생산체제를 구축한 국내 대기업 부품 계열사 일부를 제외한 중소부품사 대부분은 관세가 조속히 철폐돼 중국으로 수출길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번 FTA 협상결과 자동차부품은 관세 철폐기간을 20년으로 길게 잡아 시장개방 충격을 줄이기로 했다. 중국은 자동차부품에 6~1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에 매겨지는 관세가 평균 8% 가량 되기 때문에 관련 종목들은 상당히 큰 호재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인하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종은 자동차부품 업종”이라며 “대부분 현지생산을 구축하고 있는 완성차기업과 달리 중국 관련 주요 부품사는 관세철폐 때 직접적 이익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FTA 협상 결과에 따라 타이어제품에 대한 관세는 15년 내 철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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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국내 타이업계 3강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이미 중국에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여서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3개, 금호타이어는 4개, 넥센타이어는 1개 공장을 중국에서 가동하고 있다.
오히려 관세철폐로 중국산 저가 타이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을 국내 타이어회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제품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편이어서 가격이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타이어 3사 제품과 중국산 제품의 품질차이가 크지만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시장재편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한중 FTA 타결로 업종별 긍정적 및 부정적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은 됐지만 세부협상 과정이 아직 남아있고 정식서명을 하더라도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