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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기업 파라다이스를 바꾸려는 전필립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11-09 06: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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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기업 파라다이스를 바꾸려는 전필립  
▲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2010년 열린 파라다이스그룹 비전 선포식에서 '파라다이스웨이'를 선포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대표 카지노기업인 파라다이스그룹이 올해로 창립 42주년을 맞는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전락원 회장의 장남이다.

전 회장은 2005년 11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 거의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은둔형 CEO로 불렸다.

그런 전 회장이 2010년 ‘파라다이스 웨이’ 선포식을 열어 ‘서비스업계의 애플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카지노시장에 공기업인 GKL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독식하던 서울시장을 양분하게 된 때였다.

전 회장은 그 뒤 돈이 되지 않거나 그룹의 주력사업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카지노와 호텔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 회장은 단순한 카지노사업을 넘어 복합 관광문화단지를 꿈꾸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 축구장 47배 크기의 복합리조트를 지어 20017년 개장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관광의 '천국'을 만들려는 전 회장의 계획은 이뤄질까?

◆ 카지노기업 아닌 문화예술기업 꿈꾼다

전필립 회장의 야심작인 ‘파라다이스 시티’ 기공식이 오는 20일 열린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영종도에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복합리조트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이날 인천시 영종도에서 국내외 주요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연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파라다이스그룹이 2012년 일본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세가사미와 만든 합작법인이다. 두 회사의 지분율은 55 대 45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인천 카지노사업권을 인수하고 인천 영종도에 마카오에 버금가는 한국형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개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1단계 사업에 1조3천억 원이 투입된다. 파라다이스시티의 대지면적 20만3041㎡(전체 대지면적 33만㎡)에 특1급 호텔과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플라자, 컨벤션 시설, 레스토랑, 고급형 스파 등이 들어선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이곳에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음악과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도 조성한다. 전필립 회장은 이곳을 단순한 리조트가 아닌 한류를 전파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인다.

  카지노기업 파라다이스를 바꾸려는 전필립  
▲ 국내 최초 문화•예술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조감도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달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초에 개장한다.

파라다이스시티 2단계 공사까지 모두 1조9천억 원이 들어간다. 1조9천억 원은 파라다이스그룹 입장에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그룹의 매출 80%를 책임질 정도의 그룹의 핵심회사인데 자본총계가 9144억 원이고 연매출은 6394억 원 수준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총 자산은 1조7천억 원대 규모다. 그런 만큼 2조 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는 전 회장의 뜻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파라다이스는 영종도 리조트를 통해 일반고객들도 대폭 확대하려고 한다. 그동안 파라다이스는 경쟁사인 GKL에 비해 VIP 비중이 높았다. 현재 파라다이스 매출의 90% 이상이 VIP고객으로부터 나온다. 파라다이스는 영종도 복합리조트를 일반고객 시장을 겨냥한 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파라다이스는 기존 카지노 영업장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워커힐 카지노의 경우 지금보다 25%가량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고, 제주그랜드 카지노와 인천 카지노도 각각 100%, 25%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이 되면 카지노 전체 영업면적이 2013년보다 약 3.5배 증가한다.

◆ 카지노와 호텔에 집중

전필립 회장은 카지노와 호텔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과 색깔이 다른 계열사를 정리하고, 사업역량을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인 파라다이스산업 주식 596만 주를 모두 260억 원을 받고 송원 등 3개 회사에 매각했다. 경영권도 송원에게 넘겼다. 파라다이스산업은 소방제품 회사다. 매각대금은 앞으로 카지노와 호텔 사업에 활용하려고 한다.

전 회장은 지난해 파라다이스미디어아트도 청산했다. 파라다이스미디어아트는 공연기획과 음악잡지 발행 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음악 월간지를 발행했고 외국 가수의 내한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한때 문화관광상품권도 발행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2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한 뒤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 해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전 회장은 지난해 초 김홍창 전 CJ제일제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해 재무관리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기도 했다.

전 회장은 앞으로도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파라다이스이엠에스와 파라다이스플래닝은 지난해 매출이 없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두성 역시 자산총액보다 부채총액이 많아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카지노기업 파라다이스를 바꾸려는 전필립  
▲ 지난 4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서 열린 APPT(Asia Pacific poker Tour, 아시아태평양 포커 투어) 시즌8에 출전한 30여 개국 최고의 포커선수들이 경기하고 있다.<뉴시스>

◆ 정치적 리스크는 어떻게 극복하나


카지노사업은 특성상 정부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파라다이스는 10월에 카지노사업으로 481억1600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11.1% 줄어든 수치다. 카지노사업은 파라다이스그룹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의 핵심사업이다.

카지노사업의 영업이익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파라다이스의 수익성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뒷걸음질했다.

파라다이스는 3분기에 매출 1726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에서 부진했다.

특히 카지노 워커힐점과 제주그랜드점의 합산 드롭액(테이블에서 고객이 칩 구매를 위해 지불한 금액)이 8% 늘어난 9588억 원에 그쳐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개별소비세와 인건비 등의 증가가 수익성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개별소비세란 보석과 귀금속, 모피, 오락용품 등의 물품이나 경마장과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등 주로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올해부터 개별소비세가 카지노 입장료에 반영됐다.

카지노사업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중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수혜를 보지 못하는 점 역시 중국정부의 영향이 컸다.

중국정부가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펼친 뒤 카지노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은 6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 회장이 총력을 쏟고 있는 파라다이스시티도 마찬가지다. 전 회장은 중국인 관광객을 파라다이스시티의 핵심고객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영종도를 마카오의 경쟁상대로 생각해 해외도박을 규제할 경우 그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GKL의 마케팅 강화로 시장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것도 파라다이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종도 복합리조트 역시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일본의 파친코업체인 마루한그룹이 2조 원대 복합리조트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리포그룹 역시 앞으로 10년 동안 영종지구 52만㎡ 부지에 2조2천억 원을 투자해 고급호텔과 초대형쇼핑몰,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짓는다고 나섰다.

  카지노기업 파라다이스를 바꾸려는 전필립  
▲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 대를 이어 만든 외국인 카지노 점유율 50%
 

전 회장은 2004년 카지노 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전락원 회장이 사망한 뒤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전 회장이 1993년 회사에 입사한 뒤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았고 안정적인 지분도 확보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사업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카지노사업, 호텔사업, 광고마케팅 등 기타사업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매출구성은 카지노사업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 호텔 16%, 기타 2%로 구성돼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그룹의 전체 14개 계열사를 확고히 지배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수직형 출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그룹 내 주력회사인 파라다이스의 지분을 37.39% 보유하고 있고, 파라다이스티앤엘 71%, 파라다이스이엠에스 80%, 파라다이스플래닝 60% 등 주요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지분을 67.33%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이 87%에 이른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1995년 카지노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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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락원 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전 회장의 아버지 전락원 전 회장은 1972년 이름인 ‘낙원’을 따서 현재 파라다이스의 전신 ‘파라다이스투자개발’을 세웠다. 당시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카지노를 열고 카지노 사업권을 민영화했다. 전락원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투자개발을 통해 카지노사업권을 확보했다.

전락원 회장은 1997년 회사이름을 ‘파라다이스’로 변경했다.

전필립 회장이 이끄는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수년째 국내 카지노기업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394억 원으로 2012년 5185억 원, 2011년 3740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455억 원이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점유율 50.6%를 차지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현재 서울과 인천, 제주도에서 5개 카지노 객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 회장은 중앙대 경영학과와 미국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1993년 파라다이스투자개발 전무로 회사경영에 발을 들였다. 그뒤 파라다이스 부사장과 부회장을 거쳤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 부사장에 취임한 이후 카지노에 팀제를 도입하고 카지노 고객관리를 위해 CRM(고객관리) 등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전 회장은 또 2002년 파라다이스를 성공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해 카지노사업이 주는 어두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주력했다.

전 회장의 차남인 전동인은 10살의 나이로 파라다이스 주식 59억7천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 9위에 올라있다. 12살인 전 회장의 장남 전동혁 역시 36억1천만 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해 동생에 이어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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