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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은 SK이노베이션 어떻게 개편할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11-05 1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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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은 SK이노베이션 어떻게 개편할까  
▲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구자영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사업구조 개편에 착수한다.

SK그룹 사장단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태원 회장의 장기부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실적부진에 빠져 있는 만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구자영 부회장은 취임 이후 4년 동안 ‘탈정유화 전략’을 추진하며 SK이노베이션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그러나 구 회장의 탈정유화 노력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등을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석유개발사업, 윤활유사업, 화학사업 등으로 이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매출 비중은 정유사업 75%, 화학사업 19%, 윤활유사업 4% 석유개발사업 및 배터리사업 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영업이익을 보면 매출이 가장 많은 정유사업은 적자가 크고 화학사업이나 윤활유사업은 흑자를 내고 있다. 

구 부회장은 그동안 석유개발사업, 윤활유사업, IT소재 배터리사업 등을 탈정유화 전략의 중심에 둬 왔다. 석유개발사업은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윤활유와 배터리사업은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에 여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재원과 시간도 그렇게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정유사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어떻게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를 개편할까?

◆ 사업구조 개편, 왜 하려고 하나

구 부회장은 취임한 뒤 2015년 SK이노베이션을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66조 원을 기록해 매출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조3천억 원에 그쳐 목표에 턱없이 모자랐다.

SK이노베이션에서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IT소재 배터리사업도 올해 들어 매분기 적자를 내 3분기까지 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석유개발사업에서 이익을 내도 전체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IT소재 배터리사업은 IT기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와 전기차 배터리부문으로 나뉜다. 2차전지는 엔화약세 탓에 일본기업에 밀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도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LG화학, 삼성SDI, 일본 AESC 등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과 맞서는 데 힘에 부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에 매우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매출 33조3717억 원, 영업이익 1754억 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 적자를 냈으나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정유부문은 계속 적자지만 석유개발사업에서 흑자를 본 덕분에 흑자반전이 가능했다.

정유사업은 설비 중심이어서 인력감축의 효과를 보기 힘들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공격적 투자를 하기도 버겁다. 그러다보니 결국 사업구조개편의 칼을 빼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구자영은 SK이노베이션 어떻게 개편할까  
▲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이 2012년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콘티넨탈 본사에서 콘티넨탈 경영진들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이익 안 나는 사업들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9월 SK케미칼에서 사들인 화학회사인 SK유화를 SK케미칼에 다시 매각했다. 올해 초 태양광전지사업에 이어 지난달 차세대 연료전지사업도 철수했다. 2012년부터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 연료전지사업을 이끌어 온 전담팀도 해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열린 ‘2014 인터배터리’ 전시회에도 불참했다. 처음에 참가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관련 사업부문의 악화 등을 이유로 대회 직전 전용부스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인터배터리는 120여개 국내외 기업들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전용부스를 마련해 경쟁사인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신기술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홍보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전용부스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도 일부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월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콘티넨털과 함께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합작사업 지속여부를 연말까지 결정 내리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치만큼 전기차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재검토하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중국시장을 겨냥한 자동차 배터리사업에 지속 투자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합작사업이 무산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자력으로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특히 이미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LG화학이나 삼성SDI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전진할 수 있을까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 공장과 영업망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경쟁회사인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준비속도가 느리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세계적으로 사업초기 단계에 있다 보니 선점경쟁이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특히 2016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공급망 확충이 사업 성공의 핵심요소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로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중대형배터리 부문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수주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수익이 나는 소형배터리도 생산하지 않고 있어 적자를 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나 삼성SDI보다 먼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해 중국시장에 발을 들였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아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기공식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클 중국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회사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에 잇따라 공장을 지으면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중국3위 자동차 완성차업체인 베이징자동차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1월 초 중국 베이징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의전차량으로 쓰일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전기차 50대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APEC 의전차량으로 채택된 베이징자동차의 세노바EV는 다음해 초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베이징자동차그룹과 다방면으로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영은 SK이노베이션 어떻게 개편할까  
▲ 최태원 SK 회장이 2011년 윤활기유 첫 해외 합작공장인 인도네시아 파트라SK를 방문해 하이루딘 아구스 파트라SK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둘러 보고 있다.

◆ 구자영의 ‘탈정유화’ 빛보는 석유개발사업


석유개발사업은 구자영 부회장이 추진한 탈정유화 전략 가운데 가장 ‘알짜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올해 3분기까지 338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영업이익률도 50%에 이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5개국에서 7개 생산광구, 15개 탐사광구 등 총 22개 광구와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참여해 하루 약 7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구 부회장은 석유개발사업과 관련된 셰일가스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8월 “미국에서 시작한 셰일 개발 붐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석유개발법인을 셰일 등 개발사업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석유개발사업은 1980년대 최종현 선대회장이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만큼 석유개발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며 장기투자를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1996년 남미 페루 원유생산을 시작으로 2003년과 2007년 베트남 광구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 4월 미국의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계 3위 산유국인 미국의 최신 석유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 석유개발사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지분 원유보유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리기로 했다. 1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1년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 윤활유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까

최태원 회장은 일찍이 윤활유사업도 국내보다 해외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그 결과물인 스페인공장이 문을 열면서 앞으로 윤활유사업은 SK이노베이션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 담당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에 공장을 가동하면서 유럽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 3위 윤활기유 생산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SK부르리컨츠는 지나달 23일 테슬라에 매년 자동변속기유 8만 리터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하는 등 해외기업들을 상대로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국내에서도 사업망을 넓히고 있다. ‘지크’ 판매를 위한 가맹점을 다음해까지 1000~2000곳으로 확대하고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ZIC)의 독자유통망을 구축하는 중이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에 대한 고객충성도를 높이겠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윤활유업계에 선도업체로서 입지를 굳히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러나 공격적 영업활동에도 불구하고 윤활유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이 732억 원으로 직전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윤활유 정제마진은 개선됐지만 활로를 찾는 정유업체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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