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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연말인사에서 용인술 보여줄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1-04 17: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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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 연말인사에서 용인술 보여줄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얼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 주요국가의 정치인들과 만나며 삼성그룹의 해외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IT 거물들도 잇따라 만났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대표할만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이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들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로 예정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재용의 인사’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들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될 지 이 부회장의 용인술에 관심이 쏠린다.

◆ 이재용, 삼성 대표얼굴로 자리매김해

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3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를 방문해 마카이 중국 부총리와 면담했다. 마카이 부총리는 중국 경제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정부 주요인사다.

이 부회장은 마카이 부총리에게 삼성의 중국사업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중국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정부 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올해에만 세 번이나 만났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방한했을 때 직접 영접했고 8월 난징 유스올림픽 개막행사에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보아오포럼 이사 자격으로 한 번 더 시 주석을 만났다. 이날 저녁에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보아오 포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8월에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와 면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응웬 푸 쫑 당 서기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쫑 서기장과 삼성전자의 베트남사업에 관한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IT업계 거물들과도 잇달아 면담했다.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 이 부회장은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만났다. 9월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국내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서초사옥에서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승지원에서 외국 금융사 사장들을 초청해 직접 만찬을 열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영빈관이자 그룹 경영권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회동을 주재한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 이재용의 고민, 삼성 전자계열사의 동반 부진

이 부회장은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신을 인식시키고 있지만 간판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계열사들의 실적부진을 해결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 연말인사에서 용인술 보여줄까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지난 2년여 동안 스마트폰사업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들도 좋은 시절을 누렸다.

하지만 샤오미 등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후발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에 뒤쳐지면서 전자계열사들의 실적은 일제히 후퇴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4조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 4분기 이후 거의 3년 만에 5조 원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것이다.

스마트폰사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은 3분기 1조7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이 2조 원 아래로 추락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악화는 다른 전자 계열사들의 동반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기는 3분기에 69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세 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60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3분기보다 93%나 줄어든 초라한 실적이었다.

삼성SDI는 당초 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됐는데 실제 거둔 영업이익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262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 전자계열사들에 대한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삼성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았고 곧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연내 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이 예고된 상태다.

◆ 이재용, 연말인사에서 새로운 판을 짤까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후 모바일사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변화가 곧바로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재용, 삼성 연말인사에서 용인술 보여줄까  
▲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하루에만 100만 대, 연간 3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거함”이라며 “전략을 재정비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면한 과제는 삼성전자라는 ‘거함’의 궤도를 수정할 새로운 지도부를 구축하는 일이다. 물론 그 시점은 연말 정기인사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8년 전 지금처럼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파격적 인사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피처폰이 주류였던 2006년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휴대전화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저가폰을 앞세운 노키아와 ‘레이저’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모토로라에 밀려 수익성 악화라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휴대폰사업부 수장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애니콜 신화’를 쓴 스타 CEO인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자리에서 내리게 했다. 그 자리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맡고 있던 최지성 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앉혔다.

이 회장의 용인술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2007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폰시장 2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시장이 본격 개화한 뒤 노키아마저 제치며 애플과 세계 휴대폰시장을 양분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도 이런 용인술을 발휘해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들이 부진에서 탈출할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인사원칙으로 유명하다”며 “삼성전자가 직접 체질변화를 선언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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