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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사를 수시로 단행한다.
올해만 해도 최한영 부회장, 설영흥 부회장, 박승하 부회장 등 3명이 옷을 벗었다. 최근에 이삼웅 기아차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놓고 '럭비공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조직의 긴장을 불어넣어 오늘의 현대차그룹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연말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늘 그래왔듯 승진위주의 인사를 할까, 아니면 이례적으로 문책성 물갈이인사를 할까?
정 회장이 연중수시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한 만큼 연말 정기인사에서 후속인사가 상당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중수시로 진행된 사장 이상급 인사에서 재무통들이 각광받았던 점에 비춰볼 때 재무통 인물이 연말 정기인사에서 득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현대기아차가 실적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판매와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이번 연말 정기인사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포석을 까는 인사가 될 가능성도 높다. 연중에 진행된 부회장단 인사와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 경향이 두드러져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한국전력 본사부지 고가인수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도 이뤄질 지 관심이 모인다.
◆ 올해 부회장단 및 사장단 수시인사 폭 컸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올해 초 11명에서 3명이 물러나고 2명이 새롭게 선임되면서 현재 10명으로 재편됐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10명은 현대차의 정의선(45) 부회장, 신종운(63) 생산개발담당 부회장, 김용환(59)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양웅철(61) 연구개발담당 부회장, 윤여철(63) 노무총괄 부회장과 기아차의 이형근(63) 부회장, 안병모(65) 미국법인 부회장, 그리고 한규환(65) 현대로템 부회장, 김원갑(63)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우유철(58) 현대제철 부회장 등이다.
최한영(63) 전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지난 2월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김충호(64) 사장이 선임됐다. 안병모 기아차 부회장은 3월 기아차 미국법인 생산 및 판매 총괄대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4월에 설영흥(70) 전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회장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최성기(65) 베이징현대 부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10월에 박승하(64)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사퇴하고 우유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단 변화와 함께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계열사 사장단 재편도 이뤄졌다.
현대차에서 지난 2월 권문식 사장이 리콜 등 품질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다시 돌아왔고 지난 8월 재무통 이원희 사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차에서 지난 10월 이삼웅 사장이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재무통 박한우(56) 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현대제철에서 강학서(60) 사장이 지난 6월 재경본부장 겸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우유철 부회장과 강학서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위철(60)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지난 4월 출범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법인 수장에 올랐으며 손효원(63) 전 현대엠코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신성재(47)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지난 3월 정몽구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이혼한 뒤 지난 9월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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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2014년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설영흥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정 회장 뒤를 따르고 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정 회장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 정몽구 올해도 승진 중심 정기인사할까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수시로 사장 이상급 인사를 진행한 뒤 연말 정기인사에서 주로 부사장급 이하 인사를 실시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 인사가 주를 이뤘던 만큼 올해 문책성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경질보다 승진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올해 들어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 사장 이상급 인사에서 재무통이 강세를 보인 만큼 이런 경향이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대기아차 실적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판매와 마케팅 인사도 득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와 품질부문 인물이 득세했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선 재무와 영업부문에서 부사장급 인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2012년(379명)보다 11% 가량 늘어난 419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했다.
연구개발 및 품질, 영업, 마케팅 부문 승진자 비율이 크게 늘었으며 해외주재원 승진자 확대, 연공서열을 벗어난 발탁인사 확대, 연구개발 책임경영 강화, 수석연구위원 첫 배출, 여성임원 우대 등의 경향을 보였다.
◆ 정의선체제 전환을 위한 세대교체 가능성
반면 정 회장이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례적으로 물갈이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올해 10월 현대제철에서 이뤄진 인사와 유사한 성격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대교체와 함께 일정 부분 문책성 인사도 진행될 수 있다.
박승하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후진을 위한 용퇴”라며 사의를 밝혔다. 또 후임으로 박 전 부회장보다 6살 어린 우유철 부회장이 최연소 부회장으로 승진하자 정의선 체제를 대비한 세대교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승하 전 부회장뿐 아니라 올해 들어 부회장단에서 물러난 최한영, 설영흥 전 부회장도 사의를 “후진양성을 위한 용퇴”라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젊은 임원들이 대거 승진해 정의선시대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김경배(51)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2009년 40대에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4월 통합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에 오른 김위철 사장은 손효원 전 현대엠코 사장보다 3살 적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금고’로 불린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으로 정 부회장의 현대엠코 보유지분을 현금화할 길이 열렸다.
박승하 전 부회장은 우유철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연말 정기임원인사에서 현대제철 현장 안전사고와 관련해 진행된 문책성 인사를 피했다. 그 대신 최봉철 안전환경본부장 부사장, 이성윤 생산본부장 부사장, 이재곤 정비본부장 전무 등이 정기인사에 앞서 사표를 제출했다.
현대제철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제철 안전문제와 관련 문책인사를 피한 박 전 부회장이 인사철이 아닌 10월에 물러난 것은 올해 연말 정기인사의 성격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보상 차원의 승진인사가 주를 이루겠지만 문책성 물갈이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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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2014년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 한전부지 인수 관련자 승진할까, 경질될까
한국전력 본사부지 고가인수와 관련해 관련자들이 경질될지 승진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전부지 인수는 정몽구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전략과 기회통인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실무를 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부지 인수 성공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한전부지를 낙찰 받은 직후 입찰에 참여한 실무진들에 대해 크게 칭찬하며 만족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전부지 인수 여파로 현대차그룹 주요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입찰에 참여한 계열사들은 배당확대 카드를 통해 사태수습에 나서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부지 입찰가는 시장예상가의 두 배가 넘는 10조5550억 원이었다”며 “정 회장은 애초 한전부지 인수에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주가하락, 투자자 외면, 비판적 여론이 겹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도 한전부지 인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해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으며, 최소한 승진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