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경쟁업체와 압도적인 수준의 격차로 독점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 등 주요고객사들이 패널공급사 다변화에 차질을 겪을 경우 올레드 탑재를 포기하는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패널업체들은 중소형 올레드 생산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 10조 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중국 패널업체들도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지만 생산장비수급이 어렵고 기술력에서도 크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에 필수적인 주요 생산장비의 공급물량을 대부분 독점하고 있다”며 “경쟁업체들의 투자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개발을 약 16년 전부터 완료해 삼성전자 휴대폰에 공급해온 만큼 사업경험과 기술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올레드패널 생산장비와 소재 관련업체와 협력관계도 그만큼 깊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설비투자도 대부분의 경쟁사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착공하는 신규공장에만 8조 원이 투자되고 기존 LCD 생산라인의 전환투자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맞설 유일한 올레드 경쟁업체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는 9월 출시되는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에 고화질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LG전자 외에 애플 등 주요업체로 고객사기반을 넓히는 데 필요한 생산수율과 원가경쟁력, 양산규모 등 주요 경쟁요소를 이른 시일 안에 확보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자전문매체 맥루머는 대만 KGI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2019년부터 올레드패널을 공급해도 비중은 10% 안팎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공급물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소형 올레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중화권 패널업체들도 실제로 사업에 진출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이제서야 올레드 개발과 생산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업체와 기술격차는 그사이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측대로라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수년 이상 시장에서 완전한 주도권을 잡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 독점체제를 유지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CD패널 등 대체재가 언제든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체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올레드 대신 LCD 기술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올레드패널과 비교해 LCD의 기술적 단점으로 꼽히는 화질과 전력소모 등을 최대한 개선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일 경우 충분히 올레드패널의 수요를 다시 빼앗아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은 휘어질 수 있고 가벼워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된 기술로 꼽히며 화질도 LCD보다 대체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샤프가 화질을 더 개선한 LCD, 재팬디스플레이가 휘어지는 LCD 개발에 각각 나서는 등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어 올레드패널의 기술우위를 낙관하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은 2분기에 LCD패널과 가격경쟁에서 밀려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이 높은 올레드패널에 부담을 느낀 일부 고객사의 수요가 이미 LCD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고객사로 자리잡은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 탑재를 포기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이어진 대규모 증설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애플이 올레드 공급업체를 삼성디스플레이 외로 다변화하는 데 고전하면 원가 등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중소형 올레드 탑재의 비중을 낮추거나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부품공급을 의존하는 것은 큰 리스크로 꼽힌다”며 “다른 올레드패널 공급업체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으면 애플은 언제든 올레드 탑재를 포기하고 다른 디스플레이기술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