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도시재생뉴딜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토지주택공사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부채문제도 풀어야 한다.

◆ 토지주택공사,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확대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토지주택공사 역할이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목표 가운데 4번째 목표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선정하고 국정 100대 과제 가운데 11개를 배치했다.

 
  박상우, 토지주택공사 투자 확대하며 부채 줄일 수 있나  
▲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그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추진’ 과제는 사실상 토지주택공사의 과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토지주택공사의 사업과 관련이 깊다.

이 과제는 ‘전국적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을 공공중심으로 지원’과 ‘도시재생과 연계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2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토지주택공사는 도시재생뉴딜사업과 공공임대주택사업 모두의 사업주체로 과제에 참여한다.

문재인 정부가 7월 말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도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이 언급된다.

문재인 정부는 도심에서 공적임대주택을 확충하고 주택금융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부동산정책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경제정책을 펼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6월 취임식에서 취임사 대부분을 부동산 정책에 할애하는 등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부동산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만든 경제정책방향 자료를 보면 토지주택공사는 ‘토지주택공사 등이 노후주택을 매입 후 리모델링, 재건축해 청년 등에 공급(한다)’와 ‘토지주택공사 등이 출자해 리츠를 설립(한다)’ 등 2번 언급된다.

35개 공기업 가운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곳은 토지주택공사가 유일하다.

그만큼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연계해 2022년까지 연평균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토지주택공사는 연 평균 10만7천여 가구(82%)의 공급을 담당한다.

◆ 박상우, 투자확대와 부채감축 두 마리 토끼 다 잡을까

박상우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4조4천억 원 수준인 사업비를 내년부터 18조9천억 원 수준으로 31.3%(4조5천억 원) 늘리기로 했다.

새롭게 늘어난 4조5천억 원은 매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3조 원,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추진하는 데 1조5천억 원이 투입된다.
 
  박상우, 토지주택공사 투자 확대하며 부채 줄일 수 있나  
▲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3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년 기업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주택공사가 앞으로 5년 동안 투입할 사업비는 모두 95조 원에 이른다.

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할 때부터 부채규모가 100조 원이 넘었고 부채비율이 524%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현재도 공기업 가운데 부채규모가 가장 크다.

박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부채감축에 힘써 왔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이 커지며 투자확대와 부채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박 사장은 3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금융부채는 79조9천억 원으로 드디어 70조 원대로 떨어졌다”며 “사업규모 조정해 지출을 줄이고 사업방식을 다양화해 여러 민간자본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 2~3년 안으로 금융부채를 60조 원대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2012년 20조9천억 원에 이르던 사업비를 올해 14조4천억 원까지 줄이는 등 그동안 막대한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사업규모를 줄여왔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규모는 2013년 142조 원에서 지난해 133조 원으로, 부채비율을 2013년 457.6%에서 지난해 342.1%으로 떨어졌다. 전체 부채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86%에서 지난해 79%까지 개선됐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도시재생뉴딜사업 등은 큰 틀만 잡혔을 뿐 현재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면 사업결합비 등을 따져 자금 투입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올라 국토해양부에서 국토정책국장과 주택토지실장, 국토교통부에서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낸 관료출신으로 2016년 3월 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도시재생개발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박 사장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