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실형선고, 재판부에 뇌물공여혐의 설득에 실패한 탓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를 놓고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뇌물죄가 인정되자 삼성그룹의 최순실씨 모녀 지원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위증 등 나머지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이 부회장이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데는 최순실씨 모녀에 건넨 298억 원 가운데 89억2227만 원의 대가성이 인정돼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에 지원한 77억9735만 원 가운데 최씨의 독일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36억 원과 말 제공비용으로 들어간 36억 원 등 72억9427만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그룹이 최씨를 실질적인 소유주로 뒀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 원도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인 현안에서 정책집행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면서 최씨 모녀에게 뇌물을 건넨 주체로 봤다. 간접적인 청탁이라고 해도 뇌물을 주고받은 양쪽이 서로의 요구를 알고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를 따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도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 뒤에 최씨 일가가 있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봤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되면서 삼성그룹의 최씨 모녀를 향한 자금지원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위증 등 나머지 혐의도 다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후를 대비해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이 부회장 등 임원들이 경제정책에 막강하고 최종적 권한을 보유한 대통령에게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고 파악했다.

이 부회장이 기업활동 중에 계열사 자금으로 뇌물을 줬다는 이유로 정씨의 승마훈련에 지원된 72억9427만 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보유한 말과 차량대금 등을 제외한 64억 원에 횡령죄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 원도 횡령으로 봤다.

이 부회장 등이 독일 코어스포츠에 36억 원 규모의 뇌물을 보내면서 외국환거래법에 규정된 자본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인정됐다.

이 부회장 등이 정씨의 승마훈련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삼성그룹에서 말을 보유했다가 최씨에게 매각한 것처럼 가장하는 허위매매계약서를 만드는 등 64억 원 규모의 범죄수익이 생긴 원인과 처분에 관련된 사실을 가장한 점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적용됐다.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에 뇌물을 공여한 정황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모르고 돈을 줄 것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증언한 대목도 위증죄로 판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