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는 패소할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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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24일 기아차 통상임금 재판의 변론기일을 연다. 재판부는 이르면 8월 안에 1심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1심 판결에 앞서 정부와 사법부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회사 5곳을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통상임금을 놓고 공식입장을 밝힌 데 이어 세미나, 간담회 등을 통해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산업에 미칠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낸 입장 자료에서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경영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국내생산을 줄이고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도 1심 판결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사장은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통상임금 관련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로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앞서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고 회사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판결을 내려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재판에서 소송결과로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와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GM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80억 달러의 한국 투자를 약속한 데 이어 한국GM은 통상임금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던 적이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014년 5월29일 한국GM 직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에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 미국에서 댄 애커슨 전 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는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문제인 만큼 최대한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히면서 한국GM 통상임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당시 애커슨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엔저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80억 달러 한국 투자계획을 계획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아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하면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과거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즉각 부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향후 지급해야할 인건비 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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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7870억 원을 냈다. 1심 재판에서 질 경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기아차는 경영난을 고려해 재판부가 판결을 내려 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통상임금 재판에서 승소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계기로 만드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입장자료에서 “합법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과거 및 현행 임금체계와 임금총액은 그대로 인정돼야 할 것”이라며 “통상임금에 관한 새로운 판결내용은 기업의 건전한 임금지불능력을 고려한 새로운 임금체계에 대해 노사합의가 이뤄질 때부터 적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차가 노조와 월 15일 미만 근무자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면서 통상임금 2심 판결까지 승소한 데 반해 기아차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1심 판결의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