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통상임금과 불법파견 소송에서 패소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시름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과 현대차와 기아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통상임금’ ‘불법파견’ 판결 앞두고 위기감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애초 17일에서 그 뒤로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일을 미뤘다. 17일 추가 변론기일을 진행 이후에 선고일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원 2만7천여 명이 2011년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면 소송을 제기한 지 6년여 만에 1심 판결이 선고된다. 기아차와 노조와 통상임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가 1심 판결에 패소하면서 즉각 최대 3조 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돼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계열사도 통상임금을 확대적용하라는 노조의 거센 요구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임금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소송도 진행 중인 탓에 재판 결과에 따라 인건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앞둔 불법파견 소송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패소할 가능성이 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1941명은 2010년에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해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즉각 상고했고 대법원은 최근 민사1, 2부에 현대차와 기아차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사건을 배당하고 주심 대법관을 중심으로 법리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최병승씨가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이후 현대차는 2014년과 2015년에 노조와 특별채용 협의를 통해 올해까지 비정규직 6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최씨는 직접공정에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제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간접공정에서 일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면 직접공정뿐 아니라 간접공정 비규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완성차 판매부진으로 계열사 실적전반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늘면 경영여건이 악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등은 통상임금과 불법파견 소송에서 재판부의 신중한 판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통상임금에 대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사법부가 그동안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실체적 진실, 통상임금 부담이 가져올 우리나라 자동차기업과 산업 전반의 영향,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결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7월 현대차와 기아차 불법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도급 활용의 문이 닫히면 제조업 성장의 길도 막힙니다’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냈다.

이들 협회는 “수많은 중소, 영세기업과 대기업이 공생의 길을 걸으며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켜 왔다”며 “하급심 판결에 따라 비효율성이 발생하면 기업생태계가 파괴되고 제조업 성장의 문이 닫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