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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마필관리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유족들의 발언을 들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이 말관리사(마필관리사)의 잇단 자살로 ‘가시방석’에 앉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말관리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마사회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이 회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부산경남경마장(렛츠런파크부산경남)에서 일하던 말관리사의 자살과 관련해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 을지로위원장을 지내며 말관리사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노력했지만 부족했다”며 “억울한 죽음 앞에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촛불을 들고 정권을 바꾼 이유는 이런 노동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지만 아직까지 현장은 차갑기만 하다”며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마사회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진상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말관리사로 일하던 이모(36)씨는 1일 오전 10시경 승용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씨의 승용차 안에서는 번개탄 흔적이 발견됐고 휴대전화에는 가족들에게 쓴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가 전송되지 않고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평소 직장 내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씨가 팀장의 병가기간(5~6개월) 별도의 인력 충원없이 팀장의 업무를 인계받아 수행했고 6월1일 팀장 복귀 뒤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말을 타는 등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의 죽음으로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일하는 말관리사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명으로 늘어났다.
말관리사 박모(40)씨는 5월27일 노동차별 등을 이유로 부산경남경마장 안 마구간에서 ‘X 같은 마사회’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말관리사는 말을 길들이고 훈련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현재 말관리사는 마사회에서 상금을 받는 ‘마주(말주인)’가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경주마를 관리하는 말관리사를 다시 고용하는 하청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다.
마사회는 박씨의 죽음 이후 공공운수노조와 말관리사 고용문제 등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황실의 개입으로 7월 중순 ‘말관리사 고용구조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다시 한번 집중협상에 들어갔으나 노조활동보장, 재발방지대책, 마필관리사 임금, 유족위로금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7월30일 최종협상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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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
이양호 마사회장은 노조와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또 다른 말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기업의 좋은 일자리창출과 일자리 질개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마사회의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이 회장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마사회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며 “국회는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말관리사의 노동착취문제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박배일 수석부위원장 등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마사회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7월27일부터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마사회는 이씨의 죽음에 따라 2일부터 자체적으로 내부 특별감사팀을 꾸려 부산경남경마장의 말관리사 운영실태, 제도개선사안 등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사회는 2일 입장자료를 통해 “렛츠런파크부산경남 소속 말관리사의 안타까운 선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업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안과 관련해 막중한 책임의식으로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함은 물론 조속한 사태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