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선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판매대행 법인이지만 셀트리온과 지분관계가 없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최대주주여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다.

셀트리온은 사업의 특수성과 예외성 등을 호소하면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대상으로 분류받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높아지는 합병 기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8일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과 합병을 위해 한걸음 나아갔다는 시선이 강해졌다.

서정진 회장은 이미 2015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통합작업은 절차만 남아 있다”고 말하는 등 합병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도 최근 “상장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 당분간 셀트리온과 합병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두 회사의 주주가 원하고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면 합병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공모과정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결국 합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한 투자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투자자들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에 앞서 진행한 투자설명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고 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판매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독점적으로 맡기고 있다. 셀트리온이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서정진 회장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3.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19.68%를 소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이후 지분 36.18%를 보유하고 있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이에 지분관계는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결국 합병할 것이라고 본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란 대기업 총수 일가에 회사의 부가 부당하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국내 연간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에 해당되는데 과징금, 형사고발, 시정조치 등의 제제를 받고 지시를 내린 사람이 확인되면 최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19일부터 자산기준이 5조 원 이상인 기업들로 확대됐다. 셀트리온은 자산가치가 이미 2015년 말 5조8550억 원으로 불어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과정에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하반기부터 셀트리온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해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셀트리온, 공정위 상대로 호소나서

공정위는 2개월 안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정해 발표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공정위에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공정위 규정에는 보안성, 특수성,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다른 업체보다 명백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고 있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독점 판매권은 보유하고 있지만 대신 셀트리온 시험생산 물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품 가격과 이익 배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일감몰아주기 예외대상으로 규정하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조심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7%가량 줄이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서 회장은 지분매각을 놓고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총수일가 보유지분 기준을 상장사도 20%로 낮추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어 서 회장이 지분매각을 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별개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언젠가는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이 높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 두 회사를 합쳐 서 회장이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이날 종가 기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13조3148억 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6조8754억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이 오르고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내려갈 수록 합병 이후 서 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인정받으려는 셀트리온 측의 호소를 결국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벌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그럴 경우 셀트리온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시 서정진 회장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8일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만1천 원보다 22.6% 높은 5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 종가는 전날보다 2.51% 내린 10만8600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