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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위기, 김범석 리더십의 위기인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7-05-31 18: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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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위기, 김범석 리더십의 위기인가  
▲ 김범석 쿠팡 대표가 2015년 5월28일 쿠팡-어니스트컴퍼니 제품 한국 단독 런칭 기자간담회에서 유아용품 브랜드 어니스트 컴퍼니 공동창립자 제시카 알바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리더십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외형을 급속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등 내부조직 운영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에서 헨리 로 물류담당 수석부사장이 쿠팡을 떠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로 부사장은 4월 말 퇴사가 결정돼 5월 말 회사를 떠났다.

쿠팡은 “애초에 물류부문이 자리잡을 때까지만 근무하려 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상 물류분야의 운영실패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경질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로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퇴사한 데 대해 김 대표가 쿠팡맨을 둘러싼 여러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외적으로 논란이 된 지금에서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3월 말 쿠팡맨 평가제도를 바꿨다가 논란이 일자 두달여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린 사실을 두고도 비슷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영입한 인물들의 전문성도 의심받고 있다.

로 부사장이 영입됐을 당시에도 김 대표가 단순히 경력만 믿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섣불리 데리고 왔다며 뒷말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사실상 조직운영에 미숙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을 급속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다수 영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능력검증 및 권력분산에 따른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보통 IT회사의 경우 리더 1인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기보다 다수 전문가들이 권한과 책임을 나눠 보유하는 구조가 많다. 운영의 효율성보다 조직원들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만큼 리더의 강한 조직 장악력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쿠팡이 물류회사나 유통회사가 아닌 IT회사라고 강조해왔다. 실제 주요전략을 짜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김 대표 대신 임원들만 참여하는 일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곳곳에서 영입해 놓고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문”이라며 “실제 김 대표의 발언 등을 볼 때 쿠팡의 내부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5년 하반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문제로 떠올랐던 한 쿠팡 직원의 죽음을 놓고 “사망 원인은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으로 쿠팡과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법원은 “고인은 평소 업무량이 많았고 사고 당일에도 회사로 돌아가다가 돌연사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당시 판매자에 대한 대금지급 지연 등 쿠팡의 ‘갑횡포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근거 없는 소문이 정말 많다”며 “말한 부분의 상당부분은 처음 들어본다”고 답변했다.

김 대표는 쿠팡맨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던 4월 중순에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쿠팡은 계속 성장에 집중하며 고객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며 로켓배송을 자랑하기도 했다.

  쿠팡의 위기, 김범석 리더십의 위기인가  
▲ 후이 쉬 쿠팡 부사장.
외국인 임원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조직융화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임원진 10명 가운데 8명이 외국인이다. 회사를 떠난 로 부사장은 아마존과 알리바바를 거쳤고 그 외에 그루폰과 핀터레스트 등 외국계 물류회사나 유통회사, IT회사 출신이 대다수다.

로 부사장의 후임도 아마존 출신 외국인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과 소통차질, 한국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쿠팡 본사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과 상여금 인상분이 한달째 미지급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쿠팡 내부에서 수십억 원의 고액 연봉을 주고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하면서 정작 직원들의 임금과 상여금은 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대외소통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진행상황을 정확하게 밝히기는커녕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6년째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구체적 설명없이 ‘계획된 적자’라며 매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쿠팡맨 파업, 쿠팡맨 업무량 증대 등 여러 언론사들의 잇딴 보도에 대해서도 무조건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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