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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성과연봉제 시행 놓고 진퇴양난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7-05-26 17: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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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성과연봉제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를 유지하자니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고 폐지하자니 말을 바꾸는 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성과연봉제 시행 놓고 진퇴양난  
▲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26일 “새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지방침이 밝혀진 시점에서도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연봉제 전면 재검토에 응하고 있지 않다”며 “8월 성과급 지급이 실행되기 전 노사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범국 사장은 지난해 공공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확대도입했는데 현 노조는 당시 합의의 진정성을 문제삼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노사합의 당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뜻에 따르지 않고 독단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며 “노사합의의 법적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원의 진정한 동의 없이 이뤄진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조합원 투표에서 63%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했지만 반광현 당시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단독으로 합의하면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현재는 조합원 대부분이 성과연봉제 유지에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연봉제 유지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변화를 지켜본다는 입장을 보인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는 노사합의를 통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정부정책이 변경될 경우 새로 교섭해 합의된 변경사항을 규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노사합의’라는 큰 틀에서 성과연봉제 관련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25일 국회청문회에서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없이 진행되면서 노사갈등의 진원지가 됐다”며 “노사 합의를 전제한다면 옳은 방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대부분 공공금융기관들은 노조의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인 만큼 정부의 뜻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면 된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정부의 성과연봉제 관련 정책방향이 ‘노사합의’에 방점이 찍힐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시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8월에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정책결정이 늦어질 경우 성과연봉제에 따른 성과보상을 원하지 않는 노조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곽 사장은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연찬회와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할 경우 곽 사장은 말을 바꾸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곽 사장이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폐기할 가능성도 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성과연봉제 시행 놓고 진퇴양난  
▲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4월26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곽 사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에 발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장이 교체된 경우가 많아  수장들은 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차려진 점도 곽 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고위인사들의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새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곽 사장이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조와 대립하는 모습을 새 정부의 경제수장 후보자에게 보여서 좋을 것은 없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6월7일 열린다.

곽 사장은 1985년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올라 재무부, 재정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관료출신으로 2013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2014년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뒤 2015년 5월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올랐다. 임기는 2018년 5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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