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희생을 당했던 김초원 교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기간제 교사란 이유 때문이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정규직 교사 8명이 5천만 원에서 2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은 것과 '하늘과 땅 차이'다. 김씨의 유족은 최근 경기도 교육청을 상대로 5천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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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24일 정치권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들에서도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 특히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이 많은 대학들에서도 일자리의 질적 전환을 부를 이런 획기적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대학노동조합과 함께 지난해 8월 전국 국립대학 32곳 조교 현황을 전수조사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비학생 조교’는 전체 조교의 92% 정도인 3200명에 이르렀다.
학생이 아니면서 교무, 학사 등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로 단기간 계약 또는 재계약을 통해 고용을 연장해 언제나 잘릴지 알 수 없는 사실상 비정규직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학생 조교’는 8% 정도에 그쳤다.
범위를 사립대학까지 넓히고 조교가 아닌 시간강사, 비정규직 교수, 직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국내 대학의 전체직원의 절반이 넘는 60%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으나 100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지방 국립대학 문예창작과에서 5년째 보따리장사를 하는 시간강사 황모(43)씨는 “세월호 김초원 교사처럼 우리도 학생들 구하려다 희생됐더라면 사망한 뒤에도 차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며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현장이야말로 신분제가 만연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에겐 모두 똑같이 '교수님'으로 불리지만 대학 내 고급 인력들로 구성된 교수사회만큼 신분에 따른 차별이 큰 곳도 없다. 정규 교수와 비정규 교수 사이 서열차이가 뚜렷한 것이다.
비정규 교수는 1962년 시간강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양산되기 시작해 대학평가와 맞물리려 교원 수를 맞추려다보니 더욱 세분화됐다.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은 학기마다 재계약을 거치는 시간강사보다 처우나 보수면에서 나은 편이지만 계약기간이 좀 더 길어졌다는 것 외에 정규직 교수에 비하면 엄청난 차별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대학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소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사학의 재정자립 문제 등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는 대선기간이던 4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후보들의 9가지 대학 개혁의제 실현에 관한 질의답변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정권 감축과 재정지원 방식을 재검토할 것으로 공약하면서도 2주기 대학평가는 전면취소 대신 평가지표를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정원을 40만 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을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여서 교육정책의 세부적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으나 문 대통령이 대학평가에서 평가지표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쳤던 만큼 기존 교육부의 구조조정 계획도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학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1월1일부터 강사법 시행을 앞둔 점도 논의를 더욱 앞당길 수도 있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시간강사 해고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 우려로 반발이 커졌고 이 때문에 5년 동안 법 시행이 유예돼 왔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스승의 날을 앞둔 11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시간강사제도의 문제점은 마치 암세포처럼 다른 쪽에도 전이되어 각종 비정규교원제도를 만들고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 암세포를 도려내지 않는 한 교육의 미래는 없다. 교육의 질은 상당부분 교원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교원을 극단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상태로 내몰면서 어떻게 4차산업혁명이나 혁신교육 그리고 평생교육강화를 외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