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공약의 일부로 내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해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에 삼성그룹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지주사전환을 철회한 뒤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해졌는데 기존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할 경우 지배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
|
|
▲ 문재인 대통령. |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며 대선공약이 실제 이행될 경우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인 삼성그룹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게이트 여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정권교체와 문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외부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와 지배구조개편 등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승계에 직결되는 기업관련규제에도 대규모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문 대통령은 편법을 통한 총수의 경영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는 재벌개혁안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지주사 설립조건을 강화하며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도 더 높이기로 했다.
이런 공약이 실행될 경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려는 기존 지배구조개편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문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최근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한다는 공식발표를 내놓았다. 향후에도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자사주도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현재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들 사이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대안을 마련한다면 본격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무산된 만큼 총수일가나 주요 계열사의 지배력을 약화하지 않는 선에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새 방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시급해졌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하며 “여러 계열사들과 협력해 그룹 차원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주로 재벌기업에서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삼성그룹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로 발생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지난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기존 순환출자고리도 모두 해소하도록 하는 공약을 추진할 경우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 정도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발표했던 재벌개혁정책에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하는 공약을 포함했지만 10대 공약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그러나 곧 “공약을 제외한 것은 아니고 10대 주요공약에서만 제외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실제 공약집을 살펴보면 순환출자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제외됐지만 대주주 일가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본격화할 경우 재계의 예상대로 삼성그룹을 포함한 재벌기업들이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하도록 하는 행정조치를 내놓을 공산이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공정위의 순환출자 해소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는 만큼 순환출자 해소에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지주사전환이 무산된 만큼 총수일가와 계열사 등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면 삼성물산에 대한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사의 우호지분이 현재 39%에서 더 낮아져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강화도 문 대통령이 중요하게 내건 공약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마저 매각해야 할 경우 주요 계열사에 대한 그룹 내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재벌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삼성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에 대규모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