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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조선만 남은 현대중공업 기업가치 올릴 수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7-05-08 14: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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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조선만 남은 현대중공업 기업가치 올릴 수 있나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지난 3월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 뒤 조선과 해양·플랜트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으로 기업가치를 유지해야 하지만 업황부진의 영향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갑 부회장은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적분할의 배경으로 꼽았는데 자구안의 이행속도를 높여 수주부진의 영향을 상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서로 엇갈린 평가

8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인적분할을 진행한 현대중공업 계열사의 주식이 10일 유가증권시장에 변경상장·재상장되면 비조선사업을 하는 신설법인을 놓고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자회사들의 탁월한 현금창출 능력과 로봇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회복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며 현대건설기계도 신흥국에서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도 “현대로보틱스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매출 급증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며 “현대일렉트릭은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부터는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현대건설기계도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의 수요증가로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현대중공업의 신설법인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신설법인들이 하고 있는 비조선사업들은 그동안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현대중공업의 주력사업인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의 그늘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법인 체제로 새 출발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자체적 실적만으로도 시장의 관심을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넘겨받아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 점을 감안할 때 기업가치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의 평가는 좋지 않다. 비조선사업부의 실적이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의 연결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데다 주력사업의 업황이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유재훈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의 주력제품인 대형 컨테이너선박의 수요는 2018년에나 개선될 것”이라며 “매출감소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201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컨테이너선박의 발주가격은 2010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선주들이 2011년과 2013년, 2015년에 이미 컨테이너선박을 과잉 발주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발주가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발주가 하반기부터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발주 증가량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수주가뭄에서 탈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권오갑, 수주부진 대안으로 자구계획안 이행에 속도내나

8일 현대중공업 분석리포트를 낸 5곳의 증권사 가운데 3곳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8.9% 내린 15만4천 원으로 조정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각각 12.8%, 3.7% 내렸다.

현대중공업 존속법인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권오갑 부회장의 어깨에도 무거운 짐이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3월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세계적인 위상을 다지는 데 한 치의 오차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회복하는데 더딘 속도를 보일 경우 권 부회장의 이런 다짐이 무색해질 공산이 크다.

권 부회장이 조선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틸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문제는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의 실적이 어디까지 감소할 것인지에 있다”며 “매출감소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수주잔량이 급감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7월부터 군산조선소 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부문에서 군산조선소의 생산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고정비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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