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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정몽구, 김용환 책임론 대두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9-25 16: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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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지 몰린 정몽구, 김용환 책임론 대두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왼쪽)과 김용환 부회장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이 승리했지만 정몽구 회장은 10조 원이 넘는 초고가 낙찰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갈등은 깊어져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 회장을 비롯해 한전부지 인수전에 참가한 현대차 등 3개 계열사 이사회는 배임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기획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김용환 부회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25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내 3개 계열사 이사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앞서 3개 계열사 이사회의 의사록 열람을 청구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계열사 이사진이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 원대 낙찰을 받도록 해 주주들에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회사에 손해가 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충분한 정보없이 무조건 인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배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이 기아차 이사가 아닌데도 의사결정을 대신한 점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라 할지라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수행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 정몽구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손에 넣은 지 1주일이 지난 현재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사진의 배임 고발 가능성까지 나온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한전부지 인수를 ‘땅투기’로 거세게 몰아붙이며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정 회장이 한전부지에 대해 초고가 낙찰로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 회장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 선두그룹에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를 순식간에 놓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자금으로 경쟁회사를 인수합병할 경우 단 번에 세계 1~2위의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선두를 다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회장은 한전부지 낙찰 다음날인 19일 양재동 사옥에 출근하자마자 “금액이 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사기업이나 외국으로부터 사는 것이라면 고민했겠으나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라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런 비판에 더욱 기름을 끼얹었다.

정 회장의 이런 발언은 이번 결정이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과 정부간에 모종의 ‘거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오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부가 결정한 저탄소협력금제도 유예와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 현대차그룹 2인자 김용환은 무엇을 했나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 회장의 이런 의사결정을 낳도록 한 ‘인의 장막’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정 회장을 보좌하는 최측근으로 김용환 전략기획실 부회장이 꼽힌다.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도 김 부회장이 정진행 전략기획 사장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 몰린 정몽구, 김용환 책임론 대두  
▲ 정진행 현대차 사장
정 사장은 한전부지 매각이 결정되자 곧바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인수준비를 시작했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의 전략기획 라인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가동돼 정 회장이 숙원으로 꼽았던 현대건설을 품에 안겨준 주역이다.

이들은 당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 밀려 우선협상 지위를 빼앗겼음에도 자금조달 문제 등을 집요하게 제기해 마침내 현대건설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현대기아차그룹에서 명실상부한 2인자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정몽구 회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과 정 사장 라인의 정보력에 문제가 있으며, 보좌역할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차 안팎에서 문책론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입찰 당일 실무진이 제시한 금액의 2배까지 액수를 높인 것으로 안다”며 “최고경영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최측근들이 그림자 내조에 치우쳐 정 회장이 오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의식해 삼성전자 입찰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몽구 회장이 초고가 입찰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나타낸다.

현대차그룹의 10조 원이 넘는 낙찰가가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재계에서 삼성전자가 9조 원 이상의 입찰가를 썼다는 말이 나돌았다. 재계 인사들은 이런 말도 현대차그룹에서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초고가 낙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한전 쪽에서 4조6천억 원대 입찰가를 썼다고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주면서 정 회장의 초고가 입찰이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그동안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2인자로 자리매김해 왔는데 한전부지 인수 후폭풍이 커지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은 수시인사 방식의 용병술을 쓰는 스타일”이라며 “한전부지 인수 사태로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면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몽구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김용환

김용환 부회장은 올해 58세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젊은 피’에 속하지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2인자다. 정 회장은 국내외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김 부회장을 함께 데리고 다닌다.

김 부회장은 경기 구리 안창고와 동국대 무역학과를 나와 1983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흔히 현대기아차그룹의 실세 인맥으로 불리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이 아닌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2001년 현대차 유럽사무소장, 2003년 기아차 해외영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탁월한 실적을 올려 2008년 현대차 기획조정실 사장을 맡았다. 50대 초반이던 2009년 그룹 내에서 보기 드물게 젊은 나이에 부회장에 오른 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정몽구 회장은 2인자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김 부회장은 11명의 그룹 부회장 가운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김 부회장이 ‘실무형 2인자’이기 때문에 2인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 내부에서 김 부회장에 대해 “오너의 생각과 시각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하고 전달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이 출근부터 귀가할 때까지 늘 함께 다니고 있지만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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