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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정치적 모호함, 모두 얻거나 모두 잃거나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7-04-21 16: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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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정치적 모호함, 모두 얻거나 모두 잃거나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울산 중구 그린카기술센터를 찾아 친환경 전기자동차 등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이 꺾이며 조정기를 맞고 있다.

안 후보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은 물론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안 후보는 진보와 보수 양쪽의 표심을 모두 잡으며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어느 한쪽으로부터도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41%, 안 후보 30%로 나타났다. 앞서 20일 JTBC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안 후보(31.8%)는 문 후보(42%)에 크게 뒤졌다.

안 후보는 지난주만 해도 한자릿수 지지율격차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차이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무려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는데 본격적인 조정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 후보의 경우 개인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은 데다 국민의당 외곽에서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문 후보에 비해 지지율 변동여지가 큰 편이었다”며 “여기에 강화된 검증공세로 안 후보 지지층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외곽’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방황하는 보수층과 ‘반문재인’ 성향의 중도층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전통적인 지지표가 합쳐져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쳤다고 할 수 있다.

문 후보가 40%대 초중반의 단단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지층이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과 달리 안 후보는 지지층의 구성이 ‘연합군’인 셈이다.

이런 이질적인 연합군은 지지율 조정기가 오면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확실히 이길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며 “여기에 안 후보는 보수층과 연대는 안 한다고 하니 보수표심이 유보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외연을 넓히기 위해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 손을 내미는 전략을 구사해왔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19일 2차 TV토론에서 대북송금을 두고 “모든 역사에 공과 과가 있지 않나. 그 자체에 여러 문제는 많았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는데 호남과 보수층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안 후보의 ‘딜레마’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 후보가 보수표를 잠식하자 위기감을 느낀 범여권이 최근 ‘박지원 상왕론’으로 바짝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상왕론은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안 후보는 박지원 대표가 조종하는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게 핵심이다.

박 대표는 최근 전북지역 유세에서 “문재인이 대북송금을 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골로 갔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안 후보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가 외연확장을 위해선 보수층 껴안기가 불가피한데 그럴수록 진보성향의 호남민심은 안 후보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후보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고민이다.

안 후보 측은 지지율 반등의 동력은 그래도 보수층이 쥐고 있다고 파악한다. 지지율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바로 문 후보의 상승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부동층으로 돌아간 만큼 다시 안 후보에게 돌아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를 뚫고 새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는데 이제 중요한 시험대에 들어섰다”며 “안 후보의 정치력이 관건인데 이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지율 거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조사는 18~20일 전국의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고 응답률은 25%(총 통화 4043명 중 1004명 응답 완료)였다.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리서치 조사는 18~19일 이틀간 전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유선(19%)무선(81%)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6.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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