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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 화장품사업 다시 고삐 죈다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9-22 21: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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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 화장품사업 다시 고삐 죈다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화장품사업에서 아모레퍼시픽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사업 부문에서 상반기에 영업이익 1295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7% 감소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화장품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 2871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9% 성장했다.

차석용 부회장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차 부회장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엘리자베스아덴 인수가 무산되면서 ‘인수합병의 귀재’라는 이름에 오점을 남겼다.

차 부회장은 또 올해 초 더페이스샵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보유하던 LG생활건강 주식을 처분하면서 거취를 놓고 이런 저런 말을 들어야 했다.

차 부회장은 그러나 이를 씻어내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사업 부문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뒤진다고 해도 전체 사업매출은 여전히 앞선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전체 사업분야 매출 4조3263억 원을 기록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3조8954억 원을 앞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치열한 원브랜드숍 경쟁에서 더페이스샵의 1위를 계속 지켜내고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강세를 보이는 중국시장에서도 더페이스샵의 직영체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추격의 불씨를 댕기고 있다.

업계에서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흔들리는 ‘더페이스샵’, 그래도 1위 지킨다

LG생활건강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국내 원브랜드숍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816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원브랜드숍인 이니스프리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원브랜드숍은 한 브랜드만 판매하는 화장품 매장을 뜻한다.

더페이스샵은 차 부회장의 성공적 인수합병 작품이다. 차 부회장은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서 중저가 화장품시장에 진입했다.

그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인 끝에 지난해 1위를 차지했고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5230억 원을 올리면서 LG생활건강 화장품부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더페이스샵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더페이스샵이 앞섰으나 영업이익은 이니스프리가 더 많았다. 더페이스샵의 영업이익이 420억 원인 반면 이니스프리는 441억 원이었다.

차 부회장은 원브랜드숍 시장에서 이니스프리에 맞서기 위해 상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다.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 전용 생산공장을 갖추면서 생산과 판매를 수직계열화했다. 현재 원브랜드숍 시장에서 생산과 판매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브랜드는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화장품 생산기업 코스비전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래 화장품 자체생산량을 늘려 생산비용을 절감했다. 이는 이니스프리가 2011년부터 연평균 70% 이상 매출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지난 3월 “단기성과가 아닌 미래성장 토양 확보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의 말대로 지난 18일 인천에 더페이스샵 생산복합기지 ‘더페이스샵 R&D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기초화장품 등 전략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다음해까지 연간생산량의 약 75%를 스스로 만들 예정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자체 생산원가 절감 등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연구개발부터 제품 생산까지 통합운영해 시장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석용, LG 화장품사업 다시 고삐 죈다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2차 협력사 한국에스피아이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 더페이스샵 직영화로 중국시장에서 진검승부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추격하려고 한다.

더페이스샵은 해외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중국은 물론 중동과 동남아시아에도 거점을 잡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28개국에 1400여 개의 매장이 있다. 지난해 매출 5230억 원 가운데 25%가 해외에서 나왔다.

LG생활건강은 중국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9월1일 중국에 합자법인을 설립해 더페이스샵을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은 처음에 현지 유통채널 및 프랜차이즈와 계약해 더페이스샵을 운영했다. 그러나 2011년 론칭 후 2년 만에 매장이 330개까지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이자 직접 영업지점을 관리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차 부회장은 지난 3월 더페이스샵 브랜드의 해외진출을 늘려 LG생활건강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차 부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는데 해외사업 기조에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차 부회장은 당시 “중국 등 이미 진출한 지역거점을 이른 시간 내에 안정시키고 더 활성화할 것”이라며 “특히 더페이스샵을 지역거점에 우선적으로 론칭하고 새 지역거점도 추가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중국 더페이스샵 직영화가 완료될 경우 LG생활건강도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법인이 경영정상화가 된다면 2분기를 시작으로 3분기에 점진적으로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며 “수익개선이 투자여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면 올해 하반기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차석용, CEO 리스크에 몸살을 앓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1분기에 매출 1조1284억 원에 영업이익 1283억 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1% 감소했다. 차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05년 이후 처음 겪은 뒷걸음질이었다.

실적부진을 이끈 주범은 LG생활건강의 주력분야인 화장품사업이었다. 매출은 45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이 665억 원으로 15.8%나 줄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차 부회장이 화장품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부진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차 부회장의 고민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엘리자베스아덴 인수가 무산되면서 더욱 깊어졌다.

차 회장은 엘리자베스아덴의 북미시장 인지도와 향수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인수를 추진했다. 차 부회장이 추진했던 인수합병 가운데 역대 최고 규모인 1조 원대의 인수자금도 검토했다.

차 부회장이 지난 3월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엘리자베스아덴을 인수하고 해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아덴 인수는 좌절됐다. 엘리자베스아덴이 실적악화로 구조조정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차 부회장의 공격적 인수합병에 힘입어 성장해온 LG생활건강으로서 무엇보다 ‘차석용 효과’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듣게 된 것이 뼈아팠다.

비슷한 시기에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한 일이 벌어졌다. 차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얘기가 나돌았고 ‘CEO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결국 차 부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임기가 2017년 3월까지 남았다”며 “전문경영인은 맡은 역할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그만둘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또 LG생활건강 주식을 팔아 얻은 110억 원도 모교인 미국 코넬대학교 및 국내 대학교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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