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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 서경배의 야심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9-22 20: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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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 서경배의 야심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뉴시스>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제시한 아모레퍼시픽의 비전이다. 서 회장은 지난 5월 본사에서 열린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로 도약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업의 본질을 생각하며 나아가자”고 밝혔다.

서 회장의 말대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시장에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서 회장은 이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3조1004억 원과 영업이익 3698억 원을 내며 국내 화장품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꾸준히 실적이 상승하면서 화장품시장의 왕좌를 지킬 게 확실하다.

서 회장이 강조한 해외진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매출은 382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로 지난해 상반기의 17%에서 계속 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런 순항에 힘입어 서 회장의 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 회장은 주식시장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및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더불어 ‘3대 주식 부자’로 불린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그가 지닌 주식가치도 6조 원까지 불어났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아직도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그만큼 서 회장이 거둘 결실도 많아지는 셈이다.


◆ 3대 주식 부호에 오른 서경배

서 회장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최대의 화제를 몰고왔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지난해 말 100만원 대에서 8개월 만인 지난달 13일 오후 200만 원을 넘기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황제주는 주가 200만 원을 넘긴 상장사 주식을 뜻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 이어 3번째로 황제주의 자리에 올랐다.

서 회장도 돈방석에 앉게 됐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서 회장이 지닌 상장사 주식가치는 총 6조3772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보유했던 주식가치 2조7169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 회장은 상장사 보유 주식가치 2위인 정몽구 회장(6조5747억 원)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서 회장이 이렇게 약진하는 배경에 아모레퍼시픽의 탄탄한 실적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2조3165억 원에 영업이익 3862억 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32%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사업을 맡은 계열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화장품 계열사의 지난 1분기 매출 합계는 1조825억 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화장품기업 중 최초로 분기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 서경배의 야심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29일 제주도에 오픈한 브랜드 체험관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개관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이니스프리 제공>

◆ 국내외에서 파죽지세

국내와 해외 화장품사업이 양쪽에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화장품사업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사업 매출은 190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2.9%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사업은 면세, 디지털, 멀티플렉스 사업인 아리따움 등에서 모두 높은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외 화장품사업의 성장속도는 더 빠르다. 올해 상반기 매출 19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한 덕분이다. 이 지역에서 올린 매출만 1634억 원에 이른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19일 종가 기준으로 231만5천 원인데 화장품시장의 성장여력이 남아있어 290만 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17년까지 해외매출을 연평균 39.8%까지 늘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 침투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시안 뷰티, 중국시장에서 현지화로 급성장

서 회장이 해외국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두는 곳은 중국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중국 화장품시장 규모가 48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2012년보다 8.7% 더 커졌다. 지난 7월 기준으로도 화장품 소비자 10억 명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서 회장은 일찌감치 이를 주목하고 중국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평소 아시아에서 화장품을 이용하는 고객층을 가리키는 ‘아시안 뷰티’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세계 속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4년 중국 선양에 진출해 첫 현지법인을 세웠다. 3년 뒤 백화점 고급브랜드로 ‘라네즈’를 출시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서 회장은 2000년 사업 인프라가 더 좋은 상하이에 법인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서 회장이 선택한 전략은 ‘현지화’였다. 그는 먼저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를 통해 3년 동안 중국 소비자 35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장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맞춰 사업전략을 짰다.

서 회장은 시장조사 결과에 기반해 2002년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에 생산시설을 지었다. 이를 통해 중저가나 약간 상위에 위치한 브랜드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고급브랜드 화장품은 수출해 파는 구조를 만들었다. 판매를 담당하는 중간관리자부터 세일즈맨까지 중국인을 고용했다.

서 회장은 상하이법인 아래 상하이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 곳에서 베이징대와 푸단대 및 쓰촨대병원 피부과와 협력해 중국 여성에 맞는 화장품을 연구했다.

그 결과 지난 12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중국화장품협회 30주년 기념총회’ 시상식에서 중국 화장품기술 개발과 제도 마련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기업공헌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 서경배의 야심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0년 11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로부터 언스트앤영 최우수 기업가상의 최고 영예인 '마스터상'을 받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직도 중국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와 마몽드를 중국시장에 안착시켰다.

라네즈는 상하이 최고급백화점 등 약 100개 도시에서 300여 개가 넘는 백화점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 해외매출의 51.5%를 차지하면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마몽드도 중국에서 약 3430개의 매장을 냈다. 두 브랜드의 활약에 힘입어 그동안 적자였던 아모레퍼시픽 현지법인은 2007년 흑자로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힘입어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를 중국시장에 잇따라 내놓았다. 때마침 한류열풍이 겹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사업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8월 “지난 3년 동안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의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28.8%”라며 “이는 세계 기업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국내 화장품사업에서도 비중이 높다. 이들이 국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주요고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쓴 돈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매장은 중국인 소비자의 제품 ‘싹쓸이’ 때문에 지난 2월부터 1인당 일부 단일품목 구매를 10개 이하로 제한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중국사업과 관련해 2012년 “2011년을 기점으로 앞으로 10년은 고속 성장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아직 우리가 지닌 20여 개 브랜드 가운데 중국에 론칭한 것은 5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기회는 무궁무진하게 있다”고 말했다.


◆ “여성에게 고마움을 품고 있다”

“화장품사업을 하면서 항상 여성들에게 고마움을 품고 있다.”

서 회장이 주요 고객층인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한발 더 나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경영일선에 여성이 참여하는 비율이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여성의 마음은 같은 여성이 가장 잘 안다는 논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창업주 서성환 회장 시절부터 여성 방문판매원 채용을 장려하는 등 여성의 업무참여율이 다른 기업보다 높았다.

서 회장은 지난 4월 “선대 회장께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며 “제한적이었던 여성들의 경제사회활동을 확대했고 여성에 대한 보수적 편견을 타파했다”고 회고했다.

서 회장도 여성의 경영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임원 69명 가운데 여성이 7명으로 전체의 10% 수준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상장사를 보유한 234개 기업의 전체 임원 7679명 중 여성은 131명(1.7%)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다른 기업들보다 약 10배 가까이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셈이다.

서 회장은 올해 2월 브랜드별로 나뉘었던 마케팅전략을 총괄하는 부서를 신설하면서 여성임원을 영입했다.

기아자동차 첫 여성임원 출신인 채양선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총괄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채 부사장은 2010년 기아차에 들어오기 전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그룹에서 17년 동안 일했다.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 서경배의 야심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2009년 10월11일 서울에서 열린 2009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서울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아모레퍼시픽의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이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일반사원 가운데도 여성의 비중이 높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전체 직원 중 60%가 여성이다. 일부 부서의 경우 여성사원 근속년수가 15년 이상으로 남성을 앞지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더 많은 연구개발부서도 여성 인력의 수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여성 기술개발인력 비율은 47%다. 여성 관리자의 경우 36%에 이르렀다.

서 회장은 여성이 많은 기업 분위기를 고려해 사원이 직접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에 따라 2011년부터 자율출퇴근 제도인 ‘ABC 워킹타임’과 여성 방문판매원을 의식한 ‘영업사원 현장 출퇴근제’ 등을 운영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주요 업무마다 여성의 비중이 높아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남녀차별이 없는 근무환경을 만들려 한다”며 “사원 대상으로 의무학습 포인트제도를 운영하는 등 여성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성 중시 인사정책은 화장품업체라는 특성과 함께 서 회장이 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라는 관측이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 나오기도 한다.

서 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씨와 결혼해 슬하에 장녀 서민정씨와 차녀 서호정씨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서민정씨가 서 회장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힌다.

서민정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7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도 0.01%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서 회장에게 이니스프리 지분 18.18%와 에뛰드 지분 19.52%를 증여받으면서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장녀 서민정씨에 대한 주식양도가 시작됐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후 서민정씨의 경영참여에 따라 경영권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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