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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왼쪽)의 영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대선후보들이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 금융업 의료업 등 기존의 산업분야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IT기술을 대거 접목하는 방식으로 산업구조 전반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4차산업혁명이 한국 경제에 미칠 막대한 파급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공약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그친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쏟아지고 있다.
◆ 누구나 공약, 4차산업혁명 대비
27일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IT관련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IT업계의 규제방침도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되 안 되는 것을 규정하는 ‘네거티브’로 바꾸기로 했다.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를 선거캠프에 영입하면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의지를 유 전 수석매니저의 영입을 통해 강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매니저는 35세에 인텔 수석매니저가 됐으며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최연소로 상무에 올랐다.
문 전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이 하드웨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핵심기술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 콘텐츠 강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한 포럼에서 “이전의 산업혁명은 정부에서 계획을 세우면 훨씬 빨리 대응할 수 있었지만 4차산업혁명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의 자유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과 실직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임기 5년 동안 IT 전문인재 10만 명을 키우기로 했다. 정부의 개별 부처에 있는 IT 연구개발(R&D) 예산을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도 구축하기로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정부가 민간기업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생태계의 조성을 지원하고 교육체제를 IT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차산업혁명을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대응위원회’를 만들어 기본소득 보장 등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정부부처의 대규모 개편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4차산업혁명을 통해 신기술을 투표 등 정치에도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4차산업혁명은 왜 화두가 됐나
4차산업혁명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에 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최근 한 박람회 기조연설에서 “4차산업혁명의 특징은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으며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라며 “기술뿐 아니라 문화와 사람도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기이며 이런 ‘디지털 파괴’는 IT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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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 |
세계경제포럼(WEF)도 연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바뀔 경우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조 달러 규모의 경제사회적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선후보들은 박근혜 정부가 4차산업혁명 대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되는 점에도 주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2016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인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에 5조1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2013년에 약속했던 8조5천억 원보다 한참 적은 수준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보통신기술 정책은 한 마디로 최악”이라며 “하드웨어 시장을 중국기업이 잠식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재수정이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4차산업혁명 관련 공약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마련 등 거대담론에만 치중할 뿐 실효성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정보연구본부장은 2월 국회 토론회에서 “4차산업혁명을 논의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거품과 과장이 섞여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루 이틀이 지나면 운전자 없는 차들이 돌아다닐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기본적으로 상당한 예산이 필요한데 아직 어떤 후보도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공약에 넣지 않았다”며 “4차산업혁명이 지금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처럼 공허한 표어가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