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하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가 수익성이 낮은 해외 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인천공항·창이공항 등 대형 거점을 중심으로 상품 구매 협상력을 지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매출 기여도가 낮은 해외 점포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이나 인천국제공항점과 같은 대형 공항 거점에 집중하는 것인데 매장 감소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약해지는 일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면세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해외 사업장에서 유지할 곳과 철수할 곳을 가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5년 2월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운영을 종료했다. 괌 공항점도 5월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새 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기존 계약을 임시 연장해 12월20일까지 영업한다.
호주 시드니 시내점도 정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시드니 시내점 역시 운영 효율화 관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시내점은 2022년 5월 3천㎡(약 908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당시 롯데면세점이 10년 동안 매출 1조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핵심 해외 점포였지만 중국인 관광객 소비 둔화와 높은 임대료,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호주 멜버른 시내점과 베트남 다낭 시내점의 문도 닫았다.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보다 공항면세점을 중심으로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해외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재편은 김 대표가 취임 뒤 이어온 '외형보다 수익성' 기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2025년 초 중국 기업형 보따리상(따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특판조직까지 없앴다. 당시 보따리상 매출이 롯데면세점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던 만큼 매출 감소를 감수한 결정이었다.
신사업에도 같은 잣대를 댔다. 해외 바이어와 국내 패션업체를 연결하던 기업 사이 거래(B2B) 플랫폼 '카츠'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고 자체 패션브랜드 '싱귤러' 사업도 축소했다.
김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 점포를 줄이면서도 매입 물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형 공항 거점까지 덜어내지는 않고 있다. 면세점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만큼 구매 규모가 줄면 글로벌 브랜드와의 가격 협상력과 상품 확보 능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롯데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롯데면세점>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이다. 롯데면세점 해외 사업장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주류·담배 면세사업을 2029년 6월까지 3년 더 운영한다. 4개 터미널에 걸친 18개 매장의 영업면적은 8600㎡(약 2602평)가 넘는다.
호주에서도 멜버른 시내점은 정리했지만 멜버른공항 면세점은 2023년부터 10년짜리 사업권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입국장 매장 리뉴얼까지 마쳤다.
국내에서는 4월17일 인천국제공항 DF1 구역 4094㎡(약 1238평) 규모 15개 매장에서 영업을 시작하며 약 3년 만에 인천공항에 복귀했다.
임대료 부담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롯데면세점이 DF1 입찰에서 제시한 여객 1인당 임대료는 5345원으로 직전 사업자인 신라면세점의 8987원보다 40.5% 낮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점 운영 기준은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며 "단순히 외형을 확장하기보다 수익성이 검증된 핵심 거점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은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복귀는 해외 점포를 줄이는 과정에서 상품 구매 규모가 함께 감소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구매 규모가 클수록 매입단가와 재고 관리에서 유리하고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소싱 능력도 높아진다.
롯데면세점은 웰링턴과 괌 등 일부 점포를 덜어내더라도 인천공항과 창이공항 같은 대형 거점을 통해 이런 '바잉파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점포 수가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인천공항점이라는 강력한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전체적인 상품 매입 규모는 오히려 견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형보다 수익성을 앞세운 전략은 손익에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5년 매출이 2조8160억 원으로 2024년보다 13.8%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1432억 원 적자에서 518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2026년 상반기에는 매출도 반등했다. 면세부문 매출은 1조696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41억 원으로 약 194% 늘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향후에도 시장 여건과 경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점포 운영을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