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26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팜이 앞으로 경쟁할 상대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오파칼림' 도입의 전략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엑스코프리라는 하나의 제품을 보유한 회사에서 복수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멀티프로덕트(복수 제품)' 제약사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는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다른 리그에 왔다"며 "우리가 직접 경쟁하고 싶은 상대는 미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이날 내놓은 멀티프로덕트 전략의 출발점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5월 엑스코프리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를 맡기지 않고 현지 직접판매 방식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당시를 두고 "정말 살벌한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상황에서 미국에 직접 영업조직을 구축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길게 봤을 때 우리 회사에, 좀 더 크게 보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남는 것이 없다"고 돌아봤다.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사업하며 시장에 대한 경험과 영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6년여가 지난 현재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의 현금창출원으로 자리잡았다.
SK바이오팜은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1868억 원을 거뒀다. 회사는 엑스코프리를 통한 흑자기조 정착에 이어 두 번째 제품을 확보하고 기존 미국 판매망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확대한다는 성장경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장 강한 현금창출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다시 두 번째 제품을 사들이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제약사인 바이오헤이븐바이오사이언스아일랜드에서 도입하기로 한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오파칼림(BHV-7000)'의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개발·승인 단계별 기술료를 포함해 최대 7억9500만 달러다. 계약금은 4억 달러이며 개발 및 승인 단계에 따라 최대 3억95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이 대표는 적지 않은 투자금과 관련해 오파칼림을 선택하는 데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굉장히 큰돈을 지르는 것이지만 우리는 '알고 질렀다'는 게 굉장히 큰 자부심"이라며 "모르고 지르는 게 아니라 알고 지르기 위해 3년을 썼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제품 확보는 애초 계획보다 약 8개월 늦어졌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도 이 대표는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말까지 두 번째 제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다른 후보의 인수를 상당 부분 추진하다 중단했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다 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작년에 할 수도 있었는데 첫 번째 후보는 거의 다 갔다가 중단했다. 더 좋은 게 있었기 때문에 오늘 발표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오파칼림은 Kv7.2와 Kv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하는 뇌전증 신약후보물질이다.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2건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29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물질특허는 2039년까지다.
▲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두 제품의 작용기전은 다르지만 기존 미국 영업·마케팅 조직과 의료진 네트워크를 오파칼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새 제품을 도입할 때마다 별도의 판매조직을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조직을 짜면 제대로 올라오는 데 3년이 걸린다"며 "우리는 그 조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조직을 활용한 수익성 확대 가능성을 놓고 "비용은 통제되는데 매출은 1+1이 될 수 있다"며 "비용은 조금 더 들겠지만 매출이 2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이익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 제품 바이오기업과 복수 제품을 가진 제약바이오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을 엑스코프리와 함께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상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전 세계 제약 시장에서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을 내는 제품을 말한다.
엑스코프리와 오파칼림에서 확보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새로운 치료기술과 인공지능(AI)에 투자해 지속적으로 신약을 만들어내는 '빅바이오텍'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30년을 지나 2040년 중반쯤에는 2개의 블록버스터를 가진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파칼림 이후에는 뇌전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질병조절치료제(DMT)와 희귀 뇌전증 분야 등에서 추가 제품 확보도 추진한다.
이 대표는 "이번 후보물질 인수는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 진출할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년 뒤 간담회를 하게 된다면 그쪽에 인수한 투자 건을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좀 빠르면 내년에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이 사업모델을 먼저 가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빅바이오텍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