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글로벌 관세 위법' 판결에 미국 중국 정상회담 배수진, 301조 고율 관세 꺼낼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했던 10% ‘글로벌 관세’까지 위법 판결이 나왔지만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더욱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공급 과잉과 강제 노동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대중 관세를 더욱 높일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법원(USCIT)은 트럼프 정부가 무역수지 조정을 위해 쓸 수 있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들에 미국 정부가 글로벌 관세를 적용할 수 없다고 영구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소송 당사자가 아닌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글로벌 관세 부과 금지 명령은 아니지만 해당 법안에 근거한 관세의 정치적 정당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올해 2월 연방대법원에서 기존 국제비상권한법(IEEPA)에 기반한 상호관세도 위법·무효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정부 판단에 따라 부여해 경제 통제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당시 판결로 트럼프 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했던 중국산에 대한 관세 10~145% 및 캐나다·멕시코산에 대한 관세 25% 등은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대체하려고 무역법 122조를 꺼내들었는데 이마저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4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고율 관세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월12일 중국을 상대로 주요 산업에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관행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선 점이 이런 시각의 근거로 꼽힌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상대국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방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수입 제한이나 고율 관세 등을 상대국에 직접 요구할 수 있다. 관세율 상한선도 없다.  
 
트럼프 '글로벌 관세 위법' 판결에 미국 중국 정상회담 배수진, 301조 고율 관세 꺼낼까

▲ 중국 국영기업 허베이항만그룹 계열의 선사 허더해운 이름이 새겨진 컨테이너들이 2025년 10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구 선적장에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포함한 16개국도 대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법 122조와 IEEPA라는 법적 근거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가능성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무역 당국의 조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중국에 관세를 인상할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집권 초기부터 펜타닐 마약과 정부 보조금 문제 등을 주장하며 중국을 상대로 관세율을 높였다.

미국 씽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실효 관세율은 23.69%로 집계됐다. 태양광 전지(50%)와 전기차(100%) 등 일부 예외 품목에 매긴 관세는 더욱 높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국과 정상회담에 관세 인상을 꺼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관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축소하겠다는 미국 정책 목표도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도록 만들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20일 기준 미국 연방정부 부채 규모는 39조 달러(약 5경7천조 원)를 웃돌았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다른 협상카드인 대중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고율 관세에 더욱 기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에서 자급 체제를 구축해 미국의 관련 분야에서 수출 통제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미중경제협의회의 션 스타인 회장은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미국 통제 정책의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법적 근거에 기반해 중국과 협상 테이블에 고율 관세를 올릴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미국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정부는 필요에 따라 새로운 관세를 마련해서 중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