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란전쟁 장기화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7000’ 시대를 열었다.
다만 증시 상승세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주식시장의 훈풍이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경제 정책의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코스피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실물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은 국내 경제가 중동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 쪽은 인플레이션 우려 등 많은 복병이 숨어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고유가 대응 조치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약 1.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소비자물가가 3%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대 초중반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앞서 5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주식 시장이 굉장히 민감한데 오히려 전쟁 전보다 증시가 더 좋아졌다”며 “중동 사태에 정책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시장에서 평가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중동발 충격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 흐름을 유지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2020년 3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0.9%)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내수와 체감경기는 거시지표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1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0.5%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석유류 물가가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밀어올렸다. 특히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랐으며, 식품 이외 항목은 3.9%나 급등해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한국은행도 물가 불안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전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증시 상승의 중심축이 반도체 등 특정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과 내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 첨단산업이지만 동시에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자동차·조선업과 같이 고용과 소비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성장률을 떠받치면서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수출 호조가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을 제공해 내수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 부채와 지속가능한 재정의 관건은 경제성장”이라며 적극 재정을 통한 성장률 반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가경정(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경기 대응과 미래 투자로 연결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 회복이 실제 내수와 고용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중심 증시 호황의 온기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지 못할 경우 증시와 체감경기 사이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원석 기자
다만 증시 상승세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주식시장의 훈풍이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경제 정책의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코스피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실물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은 국내 경제가 중동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 쪽은 인플레이션 우려 등 많은 복병이 숨어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고유가 대응 조치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약 1.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소비자물가가 3%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대 초중반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앞서 5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주식 시장이 굉장히 민감한데 오히려 전쟁 전보다 증시가 더 좋아졌다”며 “중동 사태에 정책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시장에서 평가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중동발 충격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 흐름을 유지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2020년 3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0.9%)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내수와 체감경기는 거시지표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1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0.5%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석유류 물가가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밀어올렸다. 특히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랐으며, 식품 이외 항목은 3.9%나 급등해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한국은행도 물가 불안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3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전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증시 상승의 중심축이 반도체 등 특정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과 내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 첨단산업이지만 동시에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자동차·조선업과 같이 고용과 소비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성장률을 떠받치면서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수출 호조가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을 제공해 내수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 부채와 지속가능한 재정의 관건은 경제성장”이라며 적극 재정을 통한 성장률 반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가경정(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경기 대응과 미래 투자로 연결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 회복이 실제 내수와 고용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중심 증시 호황의 온기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지 못할 경우 증시와 체감경기 사이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