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채가 올해 폐지되나요?’ ‘공채 폐지되도 삼성 채용의 기본형태인 SSAT가 유지될까요.’ ‘이제 계열사별로 채용한다던데 이게 언제쯤 적용되는지 아시는 분?’ ‘작년에 전역하고 23인데 알바만하면서 삼성 몰빵하는 중인데 안 뜨면 인생 망할 각이거든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취업준비 게시판에 삼성그룹 공채 관련 이런 질문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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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수사를 받고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이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상반기 공채계획을 확실하게 내놓지 않으면서 취업준비생들도 애간장이 타고 있다.
23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공채일정과 관련해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3~4월 경 공채실시를 확정했다거나 고사장 물색 등 준비 중이란 보도가 나왔으나 삼성그룹 측은 상반기 공채를 예년과 마찬가지로 진행할지 여부를 여전히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평소 3~4월에 해왔으니까 그때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나온 것”이라며 “아직 내부적으로 공채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거듭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뒤 비상경영 상황이란 점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투자와 인사, 채용계획 등 경영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2일 이 부회장 구속수감 이후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는데 경영현안을 놓고 말을 아꼈다.
졸업 및 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최근 특히 관심이 높아진 공채일정과 관련해서도 권 부회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삼성그룹 공채는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인 1957년에 처음 도입됐다. 국내에서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룹 공채를 도입한 곳도 삼성이 가장 먼저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용규모 역시 가장 컸고 대기업 입사를 휘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로 꼽히곤 했다.
삼성그룹 공채는 대기업 채용시장뿐 아니라 대학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그룹은 과거 그룹 공채를 실시하면서도 일부 대학에만 추천서를 보내기도 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대학들이 삼성그룹 채용방식을 표준으로 삼아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그룹 공채의 역사는 국내 고용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1993년 대졸여성 공채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최종학력별로 구분해 채용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첫해 139명의 여성을 채용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대학생 인턴제도를 도입한 것도 2005년 삼성그룹이 처음이었다.
삼성그룹의 인재채용 방식을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인턴채용을 늘리거나 탈스펙 전형을 확대하는 쪽으로 채용방식을 바꿨다. 삼성그룹이 삼성고시로 불리는 SSAT를 자체 개발해 공채에 활용하자 현대차그룹에서 HMAT, LG그룹에서 GSAT, SK그룹에서 SKCT 등 대기업별 직무능력과 인적성검사 시험도입이 잇따랐다.
최근 기업의 채용에서 그룹공채의 영향력은 줄고 있다. 경력자 중심의 인재채용이나 계열사별로 그때그때 필요한 인원을 수시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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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17일 서울 단국대에서 삼성그룹의 직무적성평가 GSAT가 진행된 후 응시자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
이런 점으로 볼 때 삼성그룹이 올해 60년 만에 공채를 중단하거나 폐지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기업의 성장이 곧 인재채용과 직결되는 만큼 계열사별로라도 채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게이트로 정경유착의 핵심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이 부회장 역시 불법적인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취업전문가는 “삼성그룹은 공채 때마다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다”며 “삼성 고시로까지 불리며 열심히 공채 준비를 해왔던 취업준비생들마저 삼성에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구속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채용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가뜩이나 해마다 계열사별 채용인원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깜깜이’ 채용이 이뤄진 데 대한 구직자들의 불만이 계속돼왔다. 공채를 실시할지 말지, 하면 언제 얼마나 뽑을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그룹 공채를)아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는 채용과 그룹 차원의 공채는 원래 별도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