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배구조 이슈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사의 지방 이전 논란까지 맞물리며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대외 변수까지 더해지며 농협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배구조 이슈에 지방선거 앞두고 본사 이전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농협

▲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강 회장에 대한 해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25일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본조 간부, 지역위원장, 운영위원 등 약 70명이 모인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퇴진 촉구 및 농협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날 강호동 회장 퇴진에 더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 논의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제기되는 일방적 농협 본사 이전 주장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자 농협 구성원인 우리 조합원이 더 이상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본사 지방 이전과 관련한 무책임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농협과 아무런 논의 없이 정치적 논리로 인해 지방 논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구성원의 생존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본사 이전 논의는 그동안 선거철마다 지역 정치권의 표심을 겨냥한 ‘단골 메뉴’로 반복해서 등장해 왔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본격화하면서 농협이 이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농협법상 본사 소재지 규정을 변경하거나 정관으로 위임하려는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본사 이전 후보지로는 전남이 거론되고 있는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지역단체장 일부 예비 후보들은 농협 본사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움직임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당사자인 농협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발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본사 이전 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의 효율성 저화와 우수 인력 이탈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같은 손실이 결국 농협 본연의 기능인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을 둘러싼 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최근 농협에 대한 특별감사를 마무리하고 강 회장을 포함해 위법 소지가 있는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전날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강 회장과 전·현직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법 리스크로 강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본사 지방 이전 논의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며 농협 내부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농협을 향한 혁신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개혁 콘트롤타워가 하나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농협은 강 회장이 대국민 사과 이후 출범시킨 농협개혁위원회(개혁위)를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이날 두 달 동안의 개혁과제 발굴을 마무리하고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농협 개혁 권고문’ 최종안을 발표했는데 논의 과정에서 정부 개혁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위원들은 전날 열린 5차 회의에서 정부 개혁 법안과 관련해 강도 높은 쇄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헌법과 농협법에 명시된 농협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정부의 개입이 자칫 농협 본연의 정체성과 경영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농협은 농협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농협은 자체 혁신 의지를 내세워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정부는 감독 및 통제장치 강화를 추진하며 개혁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배구조 이슈에 지방선거 앞두고 본사 이전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농협

▲ 지배구조 이슈에 지방 이전 논란까지 맞물리며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강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농협을 향한 대내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 회장은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출석해 현재 받고 있는 의혹만으로는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거취도 안갯속에 놓인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중앙회장이 지주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실제로 현재 주요 계열사 CEO 상당수가 강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되거나 재편된 인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농협 내부에는 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거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경우 기존 계열사 대표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관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전 중앙회장 취임 당시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지 3개월 만에 사임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자체 개혁에 중점을 두고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협조하겠다”며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해 농업인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