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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은 왜 고양원더스를 해체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9-11 14: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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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은 왜 고양원더스를 해체했나  
▲ 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와 김성근 감독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가 3년 만에 해체된다. 이로써 허민 구단주의 도전도 멈추게 됐다.

고양원더스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구단 운영에 한계를 느껴 팀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양원더스는 “아쉽지만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는 2014년 시즌을 끝으로 여기서 도전을 멈추고자 한다”며 “당분간 훈련 여건을 최대한 제공하면서 선수 및 코칭스태프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구단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날 고양시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선수단 미팅에서 이런 결정을 통보했다.

고양원더스는 해체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KBO와 빚은 입장차 때문이라고 밝혔다.

◆ 허민, 고양원더스 왜 해체하나

고양원더스는 “3년 동안 구단을 운영하면서 창단을 제의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해체이유를 설명했다. KBO가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를 지원해주지 않고 안정적 미래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민 구단주는 매년 30억~40억 원의 사비를 쏟아 부었지만 고양원더스가 2군리그인 퓨처스리그에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단의 미래가 없다고 봤다.

고양원더스는 KBO의 제안으로 2011년 9월15일 KBO, 고양시와 함께 야구회관에서 창단을 선언하고 그해 12월12일 본격 출범했다.

당시 KBO는 고양원더스가 창단돼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프로야구 2군리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KBO는 그 의견이 KBO 전체의 공식적 입장이 아닌 일부의 의견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번복했다.

고양원더스는 계속 2군리그에 합류하기를 희망했다. 김성근 감독과 허민 구단주가 안정적 경기를 확보해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2군리그에 들어가면 안정적 입장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KBO는 이에 대해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고양원더스는 해마다 KBO와 경기를 협의해야 했다.

2012, 2013년 48경기였던 교류전은 올해 90경기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매년 협의를 통해 경기를 보장받는 미래에 대해 구단 전체에서 불안함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양원더스는 KBO에게 “안정적 미래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민은 왜 고양원더스를 해체했나  
▲ 김성근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 고양국가대표야구훈련장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독립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독립구단을 이끌려면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환영받지 못했고, 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고양원더스가 꼭 존재해야 한다는 모두의 동의를 얻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허민 구단주는 불확실성 속에서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허송 단장은 이날 “우리 팀이 아닌 다른 곳의 결정에 따라 팀의 방향이 결정되는 불안한 현실이 힘들게 했다”며 “미래를 보장해 주는 곳이 없다는 게 해체의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마지막까지 잔류의사를 밝혔지만 고양원더스의 해체를 막지 못했다. 김 감독은 허민 구단주에게 “원더스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원더스의 감독으로 남겠다”며 “한 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반쪽의 성공으로 남은 허민의 실험

허민 구단주는 2011년 9월 고양원더스 창단을 발표할 때 “나는 야구단을 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는 “독립구단에 대해 누가 뭐라든 개의치 않는다”며 “나 스스로 자랑스러우면 그만”이라고도 말했다.

허민 구단주는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전 SK 감독을 영입해 전권을 부여했다. 당시 김성근 감독도 허민 구단주와 뜻을 맞춰 “원더스를 통해 한국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민 구단주는 한 푼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독립구단에 매년 3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해외 전지훈련을 갔고, 수준급 국내 코칭스태프와 일본인 코치를 영입했으며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했다.

고양원더스는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프라가 부족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줬다. 고양원더스는 KBO 퓨처스팀과 교류경기를 치렀으며, 2012년 20승 7무 21패(0.488), 2013년 27승 6무 15패(0.643), 2014년 43승 12무 25패(0.632)의 성적을 기록했다.

또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이 LG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지난달 열린 2014년 신인 2차지명 회의에서 고양원더스 선수로 처음으로 포수 정규식이 LG에 4라운드에 지명되기도 했다.

허민 구단주는 “독립구단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한 명의 선수라도 1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에 비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허민 구단주의 꿈도 독립구단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 허민 구단주의 실험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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