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정책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에 보유세 강화 등 세제 조정을 준비하면서 정책 신뢰 강화와 속도조절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다주택 공직자 배제' 카드, 정책신뢰 강화·세금 속도도절 '투트랙'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9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개편은 최후 수단으로 남겨둔 채 정책 신뢰 강화와 속도조절을 병행하는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23일 정부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다주택 공직자를 부동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참모진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글을 올려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핵심 과제”라며 “부동산 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이해 충돌 가능성을 차단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이 기대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정책 담당자의 자산 구조 자체가 시장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반복되며 정책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019년 12월 청와대 참모진에게 6개월 안에 다주택을 정리하고 1주택만 남기도록 권고했으나, 본인은 서울 서초구와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보유해 논란이 일었다. 또 이듬해 8월 서울이 아닌 청주 아파트를 먼저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똘똘한 한 채’를 지키려 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노 전 실장은 여론 악화 속에 서울 아파트까지 매각했으나 공직자 다주택 논란은 이어지며 청와대 참모진 사퇴로까지 번졌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임기 초기 2주택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정책 수장조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은 부동산 대책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이 같은 전례를 의식해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가운데 다주택자 참모는 12명으로 알려졌다. 문진영 사회수석과 조성주 인사수석,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 등은 집을 팔거나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 봉욱 민정수석, 김현지 제1부속실장, 권순정 국정기획비서관,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등도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이성훈 비서관은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다주택 공직자 배제' 카드, 정책신뢰 강화·세금 속도도절 '투트랙'

▲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 수단과 관련해서 속도조절 기조가 함께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에 있어) 세금 문제는 마지막 수단이다. 전쟁으로 치면 세금은 핵폭탄 같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 준비를 잘해달라”고 밝혔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올해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정부의 세제 개편과 무관하게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40~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 반응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보유세 강화 카드가 검토될 수 있지만, 당장 세율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액공제 축소 등을 통한 세 부담 확대 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된다.

정치 일정도 변수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직접적 세율 인상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단계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주택가격 안정은 정권의 성패가 달린 문제다. 집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도 가능하다”며 “몇몇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집 없는 달팽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사람(공직자)에게는 엄격하고, 제도(세금)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이재명표 실용주의 부동산 정책의 단면으로 평가된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인적 쇄신’ 승부수가 실제 시장 안정과 정책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