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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영화 '재심'으로 법적 정의를 다시 묻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7-02-17 16: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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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윤, 영화 '재심'으로 법적 정의를 다시 묻다  
▲ 영화 '재심' 스틸이미지.

모든 이야기의 기본 플롯은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대립이다. 법정영화가 소재적 측면에서 매력적인 이유다.

원고와 피고의 이해관계가 맞서는 것만으로 극적 요소가 충분한데 그 다툼거리가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면 공감(혹은 반감)의 폭도 커진다.

법정영화가 더욱 매력적일 때는 극적 반전이 극대화되는 경우다. 감춰진 진실이 폭로되고 법적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 관객들은 속이 뻥 뚫리는 통쾌감을 맛보며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현실은 때로 ‘법보다 주먹’이 앞서지만 법정영화는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판타지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17일 개봉 이틀째를 맞은 ‘재심’은 한국 법정영화의 맥을 잇는 영화다. 실화를 다루고 사회성 짙은 주제를 다룬 점에서 ‘변호인’과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 26만 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와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앞서 개봉해 1위를 달리던 ‘조작된 도시’를 2위로 끌어내린 점이다. 재심은 충무로 떠오르는 샛별이긴 하지만 티켓파워가 다소 약했던 정우 강하늘씨를 내세워 흥행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럼에도 재심이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은 법을 통한 사회적 정의실현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태윤, 영화 '재심'으로 법적 정의를 다시 묻다  
▲ 김태윤 감독.
영화는 2000년 실제로 일어났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다뤘다.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면서 10년 간 감옥에서 보낸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법이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법적 현실을 꼬집는다.

최근 만난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영화산업 만큼 운이 작용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컨텐츠 자체의 완성도는 기본이고 개봉시기 등 운대가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심은 그런 점에서 운이 좋을 수 있다. 2월 극장가에 대작 ‘공조’와 ‘더 킹’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조작된 도시 외에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는 편이다.

특히 법정영화로서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특검 수사와 법원판결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관련 기사가 하도 쏟아지는 바람에 일반인들도 웬만한 법률용어에 통달할 지경이다.

재심이 주목할 만한 영화인 것은 김태윤 감독 때문도 있다. 김 감독은 한예종 출신으로 2014년 감독 데뷔작인 ‘또 하나의 약속’을 선보였다. 부산영화제 출품 당시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 등 호평이 쏟아졌음에도 흥행에서는 쓴맛을 봤다.

이 영화는 삼성그룹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노동자 가족의 아픈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적은 제작비로 좋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톱스타를 내세우지도 않았고 재벌그룹에 맞서는 불편한 이야기였던 탓인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김 감독이 재심으로 2번째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 셈인데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담은 점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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