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한국 관세 인상 압박 배경에 캐나다와 한국 사이 자동차 분야 협력 가능성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이후 캐나다과 미국의 자동차산업 공조는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이에 캐나다는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 3국 투자가 절실하다. 한국은 캐나다의 잠수함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어 혹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관세 압박 '캐나다 차 협력' 때문?, 잠수함 수주전에 '암초' 될지 촉각

▲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을 두고 대응 협상 카드를 준비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만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만나도록 할 방침도 내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이 밝힌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방침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같은날 한국 정부는 관세인상 조치가 효력을 내기 위해선 관보게재 등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한미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캐나다의 자동차 협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따라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캐나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자칫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PSP는 잠수함 계약 비용(최대 20조 원)과 30년 동안의 유지·보수·운영(MRO) 비용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 원에 이른다. 수주전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사이 경쟁 구도로 압축됐다. 

캐나다 정부는 3월 초까지 한국과 독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올 상반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한 데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캐나다에 한국이 자동차 관련 투자를 단행할 조짐을 보인 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인상 발언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포함한 방산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로 출국한 직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 인하 조치를 계기로 미국과 캐나다 사이 무역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달 들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2024년부터 중국 전기차에 부과했던 100% 관세를 앞으로 연간 4만9천 대에 한해 6.1% 세율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 상품과 제품에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차를 생산할 때 국경을 평균 6회 이상 넘나들 정도로 통합된 구조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지난해 4월 캐나다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통합된 북미 자동차 공급망이 흔들리자 캐나다 정부도 자국 내 자동차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과 의논을 하면 (관세 부과 등) 날짜를 밝히는데 전혀 없이 (관세를) 올리겠다는 것을 보면 독단적으로 한 게 분명해 보인다”며 “왜 하필 지금 결정했느냐는 부분에서 캐나다와 우리가 잠수함 문제와 자동차 문제로 협상을 하려는 것이 상당히 트럼프 심경에 거슬렸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27일 페이스북에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주는 북미에서 자동차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자동차 산업의 거점이지만 최근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예정됐던 생산설비 투자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져 업계와 정부 모두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며 “(양국이 협력하면) 대한민국은 북미 자동차 산업의 핵심 거점에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캐나다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썼다.

캐나다 정부는 자동차 관련 자국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25% 관세 부과 뒤 같은해 10월 스텔란티스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지프 컴패스 생산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같은 달 제너럴모터스(GM)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전기 상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정부는 CPSP 사업에서 절충교역에 입각해 한국에는 현대차그룹을, 독일에서는 폴크스바겐그룹을 점찍고 자국 현지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일정을 마치는 대로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세인상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한미 무역합의 과정에서부터 관세 협상을 이끌며 무역합의에서 미국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대미투자에 연간 200(약 29조 원) 한도를 설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성과를 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세 조치를 물리기 위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무역합의로 25%에서 15%로 낮췄던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되면 현대차그룹은 3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에 대한 투자 여력이 소진될 수 있다. 

또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CPSP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에 맞춰 캐나다 관련 투자가 미국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와 모델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CPSP 수주전에서 건조 기간과 기술적 측면에서는 한국이 독일에 밀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CPSP 평가항목 배점 비중은 유지 및 군수지원(MRO) 50%, 잠수함 플랫폼 성능 20%, 경제적 혜택 15%, 금융·사업 수행 역량 15% 등이다. 잠수함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절충교역으로 제시하는 경제적 혜택이 수주전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범정부 협업 방안 토론회’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의 성패는 제품 성능을 넘어 캐나다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캐나다산 구매(Buy Canadian) 정책과 에너지·자원 안보 협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허원석 기자